간호인력 개선을 위해 마련된 국회 토론회에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간호사가 맡는 환자가 적을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재원기간도 단축되므로 적절한 간호인력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을 비롯해 여ㆍ야 국회의원 10명이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인력기준 마련 국회 대토론회’에서 다양한 간호인력기준 개선안이 제시됐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호인력기준은 간호사 1인당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5명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요양병원은 간호사의 2/3까지 간호조무사로 대체 가능하고, 의원은 입원환자 5인 이상인 경우 간호사의 50%, 5인 미만인 경우 100%를 간호조무사로 대체 가능하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의료법상 간호인력기준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의 비율이 낮고, 인력기준 미준수에 대한 처벌이 약하며, 인력기준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1999년 도입한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도도 등급간 손익분기점이 다르고, 수가체계와 고용수준의 연계구조가 약하며,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의료기관들이 여건에 맞춘 운영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먼저, 김 교수는 일반병동의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병원 7등급을 7, 8, 9등급으로 세분화하고, 9등급의 간호사와 환자 비율을 1대7로 상한선을 둘 것을 제안했다.

현행대로 환자수 기준을 분기별로 할 경우, 병상가동률 감소시에 간호사 고용을 인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간호등급 산출 및 신고방식을 월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분장을 개발해 간호사를 간호조무사로 무분별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국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유급간병과 가족간병 자료에 근거해 수요를 정확하게 추계하고, 요양병원 통합서비스 시범사업을 거쳐 공공병원은 전 병동으로 우선확대하는 방안을 냈다.

이어, 종합병원과 병원은 병동 단위 중심으로 확대하고, 수도권과 상급종합병원은 병동 단위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내실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19년 보거느이료인력 지원법 시행 후 올해 7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이를 중심으로 올해 연말까지 인력종합계획 수립중이지만 구체적인 기준 수립에 대한 제시 사항이 없다.”라며, “실태조사와 지역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적정배치 기준을 수립하고, 간호인력등급 신고 의무화 및 인센티브 감산구조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환자의 건강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간호인력 기준을 정하고, 현장에서 기준이 지켜지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감사는 “환자안전을 위해 실질적인 간호사 1인당 최소 담당 환자수 기준을 마련할 것과,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의 체계적인 양성 수급과 지원계획을 세우고 국가와 자자체에 책임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탁 감사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지자체장이 의료기관별 의료인 정원 기준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미준수 기관은 시정명령 및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조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김원일 활동가는 “유휴간호사를 활용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며, 한시적으로 간호대학 특별전형을 실시해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를 상향개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원일 활동가는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에 대해 국가가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국가가 법정간호인력기준의 수범자인 의료기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기관마다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표해 국민과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간호대학 배성희 부교수는 환자안전을 기반으로 한 지불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배 교수는 “국ㆍ내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간호사가 적은 수의 환자를 돌볼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며, 재원기간이 단축되고 병원 획득 질환이 감소되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환자 안전과 보건의료 질이라는 성과를 비교해 인센티브 혹은 디스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환자안전을 위한 적정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획일적인 간호등급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의료기관이 선택한 간호등급도 환자의 중증도, 간호 피로도, 보상 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간호사 인력을 신고하지 않아 7등급을 받은 의료기관도 입원환자 수준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획일적인 등급제를 하는 것이 현장에서 잘 작동될지 고려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성급하게 전면 확대하면 건보재정이 경직될 수 있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간호인력 기준 마련에 앞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간호사가 PA 등 불법의료에 내몰리고 있다. 17년째 동결된 의대정원 3,058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사총량 부족과 의사인력 미스매치의 문제는 구분해야 대응해야 한다. 의사와의 투쟁이 아니라 여론과의 투쟁임을 명심해서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