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가운데 의료영리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개정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 유지ㆍ증진 및 질병의 사전예방ㆍ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상담ㆍ교육ㆍ훈련ㆍ실천 프로그램 및 관련 서비스이다.

2008년 의료 영리화 우려로 관련 법 제정이 무산됐으며, 의료법 상 의료행위-비의료행위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 등으로 서비스 활성화에 제약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5월 ‘비의료’ 영역에 한정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1차)를 발표해 ▲건강정보의 확인 및 점검 ▲비의료적 상담ㆍ조언 ▲만성질환자 대상(예외적 허용) 등 비의료기관도 제공 가능한 건강관리서비스의 유형을 제시했다.

이후 다양한 건강관리서비스가 제공됐다.

2021년 건강증진개발원의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위한 사전기획연구에 다르면, 공공에서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모바일 헬스케어사업, AI(인공지능)ㆍIoT(사물인터넷)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을 제공하고 있고, 민간에서는 27개 기업에서 건강정보와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관리, 내원안내, 개인건강기록(PHR) 기반 맞춤형 관리 등 약 34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또, 27곳의 보험사 및 자회사에서 가입자 대상 건강상담 서비스, 건강증진 시 보험료 할인 제공 등 37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복지부는 민관합동법령해석위원회 사례 분석, 보건사회연구원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현황조사 및 가이드라인 개정 연구, 범부처 협의, 산업계ㆍ의료계 의견수렴 등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 방안을 지속 논의한 끝에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 주요내용은 ▲만성질환자 대상 제공 가능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명확화 ▲비의료기관이 활용 가능한 건강관리 정보 확대 ▲의료법 상 의료행위 해당 여부 유권해석 결과 공개 절차 마련 ▲모바일 앱을 활용한 의료인-의료기관 안내 서비스 혀용 기준 명확화 ▲타 법률상 제한 행위, 비의료기관이 제공 불가능한 서비스 예시 추가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만성질환자 치료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에 있어 그동안 ‘원칙적 불가-예외적 허용’ 구조에서 벗어나 ‘의료인의 진단ㆍ처방ㆍ의뢰 범위 내에서는 포괄적으로 가능하도록 변경됐다.”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개정 이후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12개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시범인증을 부여했다.

복지부는 2024년 하반기 예정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본사업에 앞서 인증체계 및 평가지표의 적절성 등을 검증하고 참여기업 및 이용자로부터 제도 보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1년 일정으로 인증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복지부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시범사업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범 인증을 신청한 총 31개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중 12개 서비스를 1군, 2군, 3군으로 나누어 최종 시범인증했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인증 12개 서비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인증 12개 서비스

1군 만성질환관리형 서비스는 ▲닥터다이어리 클래스(당뇨환자 관리) ▲S-헬스케어(당뇨환자 관리) ▲케어디(고혈압ㆍ당뇨환자 관리) ▲케어크루(당뇨환자 관리) ▲키니케어(암환자 영양관리), 2군 생활습관개선형 서비스는 ▲로디(개인맞춤형 건강 피드백 제공) ▲바이오그램(맞춤형 운동량, 식단 등 제공) ▲실비아(치매위험군 관리) ▲오케어(건강위험군 생활습관 관리) ▲웰비(일반인ㆍ만성질환자 건강관리), 3군 건강정보제공형 서비스는 ▲런데이(개인별 운동량 측정ㆍ관리) ▲스마트주치의(건강정보로 보건소 사업 연계) 등이다.

인증 유효기간은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2024년 6월까지이며, 소비자의 건강상태와 필요에 따라 유형을 선택해 사용하도록 했다.

특히, 복지부는 1군으로 인증된 5가지 서비스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3일 성명에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일차보건의료 공공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통합돌봄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엽합은 “정부는 삼성생명 가입자 대상 서비스, KB손해보험 자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등 대기업 보험사 대상으로 이를 허용했고, 영리업체에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 관리 케어코디네이터 역할까지 부여한다고 발표했다.”라며, “이대로 추진할 경우 의료 시장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보험사와 대기업이 의료에 진출하게 해주는 민영화이자, 건강과 돌봄의 책임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법ㆍ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건강관리서비스법’으로 법제정을 거쳐 추진하려 했으나 의료민영화라는 여론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정부는 의료민영화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를 중단허러.”고 촉구했다.

서울시약사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비의료라는 단어로 공공보건의료와 관련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영리기업이 관리하도록 인증하는 것이다. 영리기업에 보건의료를 허용하는 해묵은 의료민영화, 영리화 정책의 변종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는 공적 보건의료체계 아래 관리 받으며 세계적으로 뛰어난 환자 접근성과 포괄적 역량을 가진 1차 의료기관과 약국이 해야 할 일이다.”라며, “공공건강보험 붕괴와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비의료라는 사업명과는 달리 1군 만성질환관리형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하는 의료영역이 포함돼 있는데, 기업들이 한다.”라며,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남 의원은 “공공부분에서 다 할 수 없어서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공적 보건의료체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만성질환 관리가 민간기업의 영리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또, 국민의 의료정보가 갈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24일 설명문을 내고, 이미 민간보험사를 포함한 다양한 민간 영역에서 건강관리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이번 인증 시범사업을 통해 허용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인증 시범사업은 소비자가 건강관리서비스를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작용기전, 임상적 안전성, 근거의 객관성․전문성 정도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통해 유효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인증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법 상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 다양한 국민 수요에 부응하는 건강관리서비스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됨에 따라, 지난 2018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법령해석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의료법 유권해석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의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유형과 사례를 명확히 해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시범사업’을 통해 현재 다양한 민간 영역에서 제공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해 국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검증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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