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에서 3분 진료를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3분 진료가 문제인가? 아니면 단순질환 환자들을 상급병원에 몰리게 하는 정책이 문제인가?”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4일 의협회관 7층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필수의료체계 붕괴위기 대책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료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회견장에서 여한솔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문제점부터 언급했다.

여 회장은 “10~20년전부터 많은 환자들이 수련병원과 종합병워으로 몰리고 있다. 병원들은 환자들을 해결하기 위해 거대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전공의들은 몰려드는 환자들을 거스를 수 없어 진료해야 했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여 회장은 “이미 산과의사는 큰 도시가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는 소청과도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아 곧 뒤를 따를 것이다. 외과 계열 전공의도 수 년 간 트레이닝 끝에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과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여 회장은 “병원들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PA를 무분별하게 늘려 해결해 왔다. 값싼 인력을 고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라며, “이 모든 문제가 기형적인 수가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 회장은 “전체 인력은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필수 의료분야 확대와 근무 환경 및 일자리 확충이 그 답이 돼야 함에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필수 의료와 관련된 지원은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라며, “각 분야 전문의보다 미용만 하는 일반의가 더 벌고 더 행복하고 더 편한 세상을 설계한 사람들이 비난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 회장은 “인력, 기구, 병실등 재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민간에 맡기고 강요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더욱더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라며, “저도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문구를 좋아하지만, 캐치프레이즈처럼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 회장은 수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만이 의료체계 붕과를 막을 수 있는 해결방안이라고 밝혔다.

여 회장은 “서울대병원 전체 외래환자 114만명중 45%인 51만명이 평균 3분대 진료를 보고 있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전국의 외래 환자를 흡수하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의료체계의 양극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대학병원은 중증환자를, 일차의료는 경증환자를 전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 회장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올바른 의료이용에 대한 안내와 협조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함께 마련돼야 반복되는 의료전달체계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여 회장은 “암환자 160만명중 48만명이 서울서 진료를 받고 있고, 세종과 경북에 거주하는 암환자는 거주 시ㆍ도에서 진료받는 비율이 20%대에 불과하다. 암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집중현상은 의료비 외 기타 비용과 시간의 소비를 초래하고 지역의료 발전의 불균형 현상을 악화하는 요인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하기위해 환자요인, 진료요인, 접근성 등에 대한 포괄적 분석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강민구 부회장도 의료체계 붕괴를 막으려면 보건의료 재원 마련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8%로 OECD 평균인 8.8%보다 낮고, 경상의료비중 정부 의무가입제도 비중 61%로, OECD 평균인 74.1%보다 낮다.”라며, “여러 곳에 비효율적으로 투입되는 재원을 일차적으로 수련병원 전문의 채용 지원,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사용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 부회장은 “대학병원의 전문의 채용을 위한 수가 및 재원을 확보하고, 주요 선진국처럼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주문했다.

강 부회장은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7.2회로 OECD 평균 6.8회를 크게 상회하고, 환자 1인당 병원 전체 평균재원일수도 18.0일로, OECD 평균 8.0일보다 길다.”라며,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종합병원에 대한 환자 집중현상을 방지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간단한 질병은 가까운 의원, 보건기관을 이용하고,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 또는 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한솔 회장은 “돈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의료정책은 풍부한 인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수가로 필수의료를 홀대했고, 미용과 성형 등 비급여 진료가 난무하는 왜곡된 의료시장 형성에 일조했다.”라며, “이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단추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보다 생명이 중요한 것이기에 국민의 생사를 책임질 수 있는 의료현장에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필수 과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우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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