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모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가 흉기로 상해를 입은 사건으로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을 내며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용인 소재 모 병원에서 응급실 도착 당시 사망 상태였던 할머니의 남편이 며칠 뒤 선물을 주고 싶다며 담당 의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뒤 낫을 휘두른 엽기적 살인미수사건이 발생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테러를 당한 의사는 즉사할 수 있는 목 뒤 중앙 부위에 십여 센티의 깊은 열상을 입고 응급수술을 받았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 사건과 관련 20일 성명을 내고, 엄중한 수사와 무관용 처벌을 촉구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미 故 임세원 교수와 故 김제원 원장이 진료 중 환자의 습격에 생명을 잃은 참변을 공유하고 있는 동료이기에 더 분노와 비통함을 느낀다. 얼마나 더 많은 의료인이 의료현장에서 생명을 잃어야 이러한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의사회는 “모든 의료기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존엄한 공간이며, 모든 의료인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지키려 자신의 모든 것을 쏟고 있기에, 의료인에게 의료기관은 환자를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구하려는 치열하고 숭고한 전장과 다름없다.”라며, “환자의 생명을 돌봐야 하는 순간, 등 뒤에서는 낫을 휘두르는 범죄자를 걱정해야 한다면 환자를 살리는데 전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의료인 개인의 피해로 끝나지 않고, 진료 받고 있던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한 흉악 범죄이다.”라고 규정하고, “의료기관에 와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진료하고 돌보기 위해, 의료기관 안에서만큼은 의료인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정부 당국의 강력한 재발방지책과 법원의 준엄한 심판을 엄중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최선을 다해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사는 사망 상태로 들어온 환자의 가족이 울분을 토해낼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번에도 한 개인의 단순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치부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그 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은 물론 이를 방관한 모두가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해치는 공범이나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가해자는 사건 며칠 전에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 당시 난동을 제압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법행위는 모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공공의 범죄로 관용 없이 처벌할 것과, 의료진의 지시에 악의적인 의도로 불응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자에게 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해 선량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것, 의료진을 위협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체계 수립 등을 주장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1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료현장을 보호할 강력한 법안 마련과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상해를 입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위로한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 사건은 살인 의도가 명백해 용서의 여지가 없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은 엄연히 공익적 영역이기에 의료인에 대한 안전과 보호를 보장하는 일 역시 공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 즉,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료인 안전 및 보호 대책을 국가가 제도나 재정 측면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거듭 요구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의료 현장에서의 폭력은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는 의료인 폭력에 대한 보호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책무가 있다며, 의료인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과 실제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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