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을 내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 9일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보험회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절차를 위탁 받아, 요양기관이 증빙 서류를 심평원에 전자적 방법으로 제출하면 보험회사에 비전자적 방법으로 송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배진교 의원은 개정안 발의 목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료비 증가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하는 비급여 의료비 항목에 대한 검토’를 명시했다.

의사 단체들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민간보험사 배불리기 법안인데다, 의료기관과 환자의 진료행위가 간섭 받게 돼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현재도 심평원은 본연의 설립 취지를 넘어, 확장되는 감시 업무에 그 규모와 인력이 비대해진 심평원은 그 규모만큼이나 많은 세금이 쓰이고 있다.”라며, “심평원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며 불필요한 세금과 자원이 낭비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진료행위가 간섭 받게 돼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신경과의사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반이며,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 및 의무 부과일 뿐 아니라, 민감하고 중요한 국민의 개인 의료 정보가 유출 및 오용ㆍ악용될 여지를 제공하는 악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실손보험회사가 진료에 대한 세부 내역서를 환자를 통해 요청할 경우, 의료기관은 민감한 개인의 진료 기록들을 제공할 수 밖에 없다.”라며, “ 민간 보험사들은 이를 통해 가입자의 진료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손쉽게 축적, 관리할 것이고, 향후 보험료 지급 및 재갱신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 보험업계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법안이다.”라고 꼬집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보험사의 이득을 위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민간보험사는 보험금 청구라는 명목하에 손쉽게 과도한 개인의 의료정보 뿐 아니라 전산화된 방대한 개인정보까지 축적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수익성이 높고 환급율이 낮은 보험상품을 개발이나 보험금 지급 방어수단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보험계약자인 국민 개인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보험회사는 행정적 비용 절감의 이득을 볼 뿐만 아니라 심평원을 통해 개인의 민감한 질병 정보를 취득, 집적한 뒤, 이를 이용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새로운 보험 가입이나 갱신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보험회사가 환자를 골라 가입시키는 역선택의 계약관계로 변질돼 실손보험회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직접 서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할 수 있겠지만 심평원이라는 중계기관을 통한 청구과정이 추가됨으로써 실손보험료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고 심평원이 보험료 심사의 역할까지 위탁받는다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삭감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개정안은 의료법의 규정도 없이 보험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진료 관련 자료전송의 의무를 지우고, 사적 보험계약에 공적 기관인 심평원이 중계역할을 맡아서 환자들의 질병 정보가 남용되어 민간보험회사의 손해를 줄여주는 것뿐이다. 또한, 보험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국민의 편익을 제공한다는 핑계로 실손보험 심사를 통해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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