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석심사 거부를 의결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분석심사 전문심사기구에 한시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의사협회는 24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분석심사 전문분과심의위원회와 전문가심사위원회에 1년간 한시적으로 참여’ 안을 의결했다.

1년 동안 분석심사 체계 개편 내용을 파악하고 의사협회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석 대의원 147명중 찬성 82명, 반대 63명(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찬성률은 55.80%로 과반을 겨우 넘겼다.

분석심사는 기존 건별 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질환, 항목, 기관 등 주제별 진료 경향을 분석해 변이가 감지된 기관을 중재ㆍ개선하는 형태의 심사체계이다.

심사평가원은 2019년 8월 고혈압, 당뇨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질환), 슬관절치환술(급성질환) 등 5개 질환과, MRI(자기공명영상진단), 초음파 등 2개 주제 등 7개 영역에 대해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21년 10월 만성신장병(만성질환)과 폐렴(급성질환)을 추가해 7개 질환으로 확대했으며, 이때 MRI(자기공명영상진단)과 초음파 등 2개 주제는 보장성 확대 정책 지원을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심사방식을 유지키로 하면서 분석심사에서 제외됐다.

분석심사는 매 분기 의료 질과 비용을 측정해 ▲질이 높고 적정 비용 기관 ▲질이 높고 비용 높은 기관 ▲질이 낮고 비용도 낮은 기관 ▲질이 낮고 비용은 높은 기관으루 구분한다.

분석 결과, 질이 낮으면서 비용은 높은 기관을 경향에서 벗어나는 의료기관으로 판단하고 중재한다.

심사평가원은 분석심사를 위해 SRC와 PRC 등 2단계 전문심사기구를 운영해 오고 있다.
전문분과심의위원회(Super/Special Review; SRC)는 심의지표를 개발하는 기구이며, 전문가심사위원회(Peer Review Committee; PRC)는 심의지표에 따라 의료기관의 진료 특성을 살펴보고 문제기관에 대해 중재하는 기구다.

의사협회는 분석심사가 의료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심사기구 참여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의학회와 병원협회가 각각 SRC와 PRC에 참여해온데다, 오는 7월부터는 주제별 분석심사 본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심사기구 참여 필요성이 대두됐다.

본회의 하루 전 열린 보험ㆍ학술분과위원회에서 분석심사 심사기구 참여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의사협회가 1년간 한시적으로 참여해 내용을 파악, 의사협회의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안이 재석 38명 중 찬성 28명, 반대 11명으로 가결됐다.

집행부 박준일 보험이사는 “분석심사 본사업이 곧 시작된다. 분석심사의 대상이 되는 의원이나 병원의 경우 기준을 벗어난 기관에 대해 분석심사가 이뤄지며 소명의 기회를 준다. 현재 SRC, PRC에 의사협회가 참여하지 않아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의원급보다 병원급에 유리한 지표가 만들어 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보험이사는 “입원에 대한 분석심사와 관련해서도 소명이 이뤄질 경우 분석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매년 기준이 바뀌는 문제와 관련해서 큰 변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집행부 오승준 학술이사는 “SRC는 지표개발, PRC는 지표에 따라 문제 의료기관을 살펴보고, 문제기관에 대해 서면중재를 한다. SRC에서 만든 지표는 함부로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권헌영 부산 대의원은 “회원들은 심사체계 개편이 의료기관을 힘들게하는 방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심사기구 참여에 반대했다.

본회의에서도 심사기구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좌훈정 대개협 대의원은 “의약분업 때도 도장 잘못찍어서 고생했다.”라며, ““분석심사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참여보다 연구와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해보자는 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 방청회원은 “최근 심사평가원에서 분석심사 대상이 3%라고 발표했다.”라며, “현행 심사체계에서는 삭감률이 1%인 점을 고려하면 삭감률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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