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사인기도
의협 자율정화 선언 ‘순서’부터 지켜라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1.06.03 6:0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자율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선언적 의미가 아니며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한의사협회는 2일 용산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율정화 강화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이필수 회장을 비롯해 박명하 법제부회장, 장선문 중앙윤리위원장, 양동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 등 의사윤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의협은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인천 소재 척추전문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충격이 컸다며 자율정화 카드를 꺼낸 배경을 설명했다.

의협은 극소수 의사가 관여한 대리수술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 범죄이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대다수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써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의협은 의료계의 강력한 자정활동으로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율정화 방안으로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전문가평가제추진단을 통한 의사 자율정화 강화 ▲면허관리원 설립을 통한 자율규제 강화 ▲자율정화 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의협이 제시한 카드를 하나씩 살펴보자니, ‘자율정화 강화 방안’이라고 하기엔 궁색해 보인다.

윤리위원회 기능 강화를 보면, 징계의 기초가 되는 조사와 심의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사ㆍ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소개했다.

전문가평가제 추진단을 통한 자율정화 강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실시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소개하는데 그쳤고, 면허관리원 설립을 통한 자율규제 강화 방안도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자율정화 특별위원회의 경우,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에 24시간 제보가 가능한 자율정화 신고센터를 설치해 의사의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확인하고 속도감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의협이 내놓은 자율정화 제시안은 현재 운영중이거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방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참석자들이 자율징계권 필요성을 거듭 언급한 것이다.

이필수 회장은 면허관리원 설립과 함께 자율징계권을 확보해 변호사회처럼 강력한 제제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고, 양동호 단장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징계 권한이라며, 전문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면허를 관리할수 있는 권한을 의협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서가 틀렸다. 징계권한만 주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로 자율징계 권한을 얻어오기는 쉽지 않다.

의료계 인사들도 인지하고 있듯이, 정부로부터 자율징계 권한을 부여받으려면 의사단체 스스로 팔이 안으로 굽지않고 공정하게 판단한다는 믿음을 줘야한다.

예를 들어, 새로 설치하는 자율정화 신고센터의 처리 실적을 쌓아서 보여주는 것 등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율정화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이미 의협에선 비슷한 유형과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추무진 집행부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불법의료행위를 신고받아 고발하겠다고 호기롭게 발표했다.

하지만 1년간 신고된 위반 건수는 8건에 불과했고, 이중 행정처분이나 고발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18년 6월 최대집 집행부는 사이비의료를 근절하겠다며 사이비의료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했다.

하지만 의협은 사이비의료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건수와 처리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정리가 필요할 만큼 신고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율징계 권한을 요구하기 보다 자유정화 신고센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사례가 쌓여야 처리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신고 건수가 성패의 관건이다.

한의사와 약사를 신고하는 불법의료신고센터나 사이비의료신고센터 조차도,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접수되는 사례가 적다. 하물며 의사사회에서 동료를 신고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결론적으로 의사 외에도 국민이 자율징계 신고센터를 통해 불법의료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과거 불법의료신고센터처럼 의협 홈페이지 귀퉁이에 신고센터 카테고리를 만들기 보다, 새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한다.

필요하다면 신고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율정화 선언을 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인천 소재 척추전문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에 대해 의협은 발빠르게 검찰 고발과 윤리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의사들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율징계권 요구에 앞서, 제식구를 감싸지 않는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순서가 먼저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영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주요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