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료기기 사용 등 한의원의 불법 의료행위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다람쥐 쳇바퀴만 도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서울 광진구 K 한의원은 의사면허 없이 의사학(역사) 교실에서 취득한 의학박사학위로 양ㆍ한방 협진을 광고하다가 문제가 됐고, 며칠 후에는 대치동의 W 한의원이 불법 차량운행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3월에는 케이블채널 방송프로그램에서 여성불임에 관한 문제를 다룬 서초 H 한의원장이 체지방분석기, 진단용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채혈 및 호르몬수치 검사 등의 의료법 위반 소지를 지적받았다.

같은 달 KBS8 아침 뉴스타임에 방영된 K 한의원 압구정점은 진단용초음파를 이용해 종아리 부위 지방을 측정했고, 최근 일간지에 보도된 강남 Y 한의원은 한의사에게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비내시경과 폐기능검사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번달 국민신문고에는 한의원에서 혈액채취 후 간기능이나 혈중 호르몬검사 등을 전문 검사센터에 의뢰해 그 결과를 진료에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불법이라는 내용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례는 모두 개원의들이 제기한 민원 내용이다. 이처럼 개원의들이 제기하는 한의원 관련 민원은 불법 초음파검사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혈액검사 등으로 비슷한 만큼, 보건당국은 사례별 민원을 모아 대응책을 제시할 법도 하다.

사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제기 조차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 중심으로 민원이 이뤄지고 있다.

일선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의원 관련 민원을 종종 제기했던 모 개원의에 따르면, 일차적으로 보건소부터 친한방 성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도 한의원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과 태도를 보인 보건소가 많았으며, 정확한 의료법을 몰라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일도 빈번했다. 답답해진 민원인이 직접 근거자료까지 제시하는 일도 이어졌다.

늦장 일처리도 고질적인 문제다. 민원인이 거듭 재촉해도 답변기한을 미루다 3차례 연기를 꽉 채워 답변하는 게 다반사다.

민원을 제기했던 한 개원의는 증거사진까지 확보해서 민원을 제기했는데 비교적 간단한 조사에 두달이나 걸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보건소의 늑장처리를 비판했다.

다른 개원의도 모 구청에 몇 건의 민원을 넣었지만 무시를 당했다며, 담당자를 업무 미숙이나 태만으로 민원을 넣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보건당국이 해야할 감시업무를 일선 의사들이 대신 해 주고 있는데도 떠준 밥도 못 먹는 당국의 작태가 한심하다.

일차적으로 보건소 관계자부터 주무부처인 복지부까지 정확한 기준과 처벌지침을 갖고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료법 관련 단속행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 국민들은 땅 파서 세금 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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