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순되는 두 명제가 동등한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맞서는 것을 우리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이라고 한다. 입으로는 빨리 해결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늦게 해결하려고 애써 뒤로 미루면서 갖가지 이유를 붙이는 행동을 ‘이율배반적 행동’이라 부른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경기도의사회장 선거에서 상대후보자의 자격박탈로 인해 무투표 당선된 이동욱 회장이 의사협회장 선거에도 출마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경기도의사회장 당선자 신분이고, 당선 무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행보가 기이하기까지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일어난 경기도의사회 공적마스크 횡령 의혹 사건도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알다시피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의협 집행부와의 공적마스크 횡령 의혹 논란에서 이동욱 회장이 12월 1일 먼저 선수를 쳤다. 필자를 포함해 최대집 회장, 총무이사, 기자 등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한 것이다.

이동욱 회장이 고소장 서두에 적어서 용산경찰서에 제출한 내용을 보자.

한마디로 의협 집행부가 공적마스크 사건을 일부러 뒤로 미루어 놓다가 경기도의사회장 선거가 다가오자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또, 이동욱 회장이 고소장에 적은 구체적 범죄사실을 보자.

공적마스크 사업은 6월 말경에 종결됐다. 경기도의사회가 마스크 대금 납부를 미루다가 대금 일부를 임의로 제외하고 일방적으로 잔금 일부를 납부한 것이 11월 11일이다.

심지어 행정비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납부대금에서 제외한 내역에는 의사회 사무국 직원인건비가 포함돼 있는데 그 중에는 사무국 직원이 없는 의사회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공적마스크 사업 정리를 미룬 책임은 의협이 아니라 경기도의사회에 있다.

그런데 12월 1일 고소 당시 이미 6월 경 종결됐어야할 마스크 회무를 방해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또한 경기도의사회장 선거 공고는 지난해 12월 21일이었으며 이동욱 회장이 경기도 회장 후보로 등록한 것은 올해 1월 10일이다.

이동욱 회장의 출마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상황에 따라 공적마스크 사업 정리를 진행한 것이 무슨 선거 관련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인가.

이동욱 회장이 최대집 회장을 고발하면서 지난 12월 18일 밝힌 바에 따르면 “회원들의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신속히 해소해야 할 중대한 문제이므로 부득불 신속히 수사기관에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발하였던 바 있고 현재 고발인 조사를 마쳤으며,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 최대집회장, 김세헌 회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소환 및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속히 실체가 확인되도록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빨리 마스크 횡령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히자는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동욱 회장이 마스크 횡령의혹 사건으로 의협에 의해 남양주경찰서에 고발당한 사건에 대한 이동욱 회장의 대응은 어떨까?

이미 고발인 조사가 끝났으니 이동욱 회장이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면 사건은 결론이 난다. 여기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모든 것이 깨끗하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욱 회장은 피고발인 조사를 남양주경찰서에서 용인경찰서로 이관 신청했다.

경찰서 이관으로 피고발인 조사를 늦춤으로써 사실상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이동욱 회장은 용산경찰서에 최 회장 등을 고소하고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하여 경기도 의사회의 공적마스크에 어떤 문제점도 없다는 회계자료 및 공적 마스크 배포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동욱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속하게 남양주경찰서에 출두해 회계자료 및 공적마스크 배포자료를 제시하고 자신이 혐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아니, 경찰서에 제출했다는 자료를 의협에 제출하고 공개하면 끝난다. 하지만 그 동안 의협의 반복된 자료요청에도 이동욱 회장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즉, 같은 공적 마스크 사건을 놓고, 자신이 고소한 사건은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면서, 고발당한 사건은 늦춘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면 의혹을 빨리 해소하고 선거전에 나서겠나, 아니면 관할 경찰서를 이관해 조사를 늦추겠나? 의협 회장 선거가 한창인 2월 말에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연락이 오면 이번에는 의협회장 선거로 바쁠텐데 말이다. 

또한, 이동욱 회장은 경기도의사회 통장과 마스크통장을 공개해 시비를 가리자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통장만 공개하면 간단히 자신의 누명을 벗고 선거전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마스크 공급 불일치를 지적하자 이동욱 회장은 지난 11월 24일 모 언론인터뷰에서 “의협에서 공급받은 마스크는 분명하게 산하 31개 시군에 분배했다”며 “물론 일부 몇 만장 정도 마스크가 필요한 선별진료소 등 경기도 내에서 공급한 사실은 있으나 산하 의사회에 26만장이 분배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공적마스크는 처음부터 정부가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배포하도록 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원협회가 담당했다. 선별진료소는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더구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동욱 회장이 선별진료소에 마스크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8월 21일부터이다. 그렇다면 한 장의 마스크가 귀하던 시절인 3~6월에 받은 공적마스크, 특히 5월에 받은 무상마스크를 꽁꽁 숨겨놓고 있다가 8월 21일에서야 선별진료소에 공급했다는 말인가?

의협은 공적마스크와는 별도로 시민단체 성금으로 구입한 마스크 59,000 장을 8월 21일에 공급한 사실이 있다. 선별진료소에 공급했다고 주장하는 마스크는 어떤 마스크일까?

지난해 6월경 종결된 공적마스크 사업을 아직 경기도의사회장 선거 공고도 나지 않은 12월 1일에 선거를 끌어들이고 본인의 결심만 확고하다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기어이 의협 회장 선거 때까지 미룬다면 회원들은 의협이 마스크 사건을 선거에 이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욱 회장이 마스크 사건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의구심을 가질지 모른다.  

통장만 공개하면 끝날 일을 왜 이리 돌아가려 할까. 모든 사실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고, 그 책임은 이동욱 회장에게 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