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의사단체의 ‘전국 16개 광역시ㆍ도의사회 회장 후보자 적합도 검증 시작’이라는 소식이 일부 언론에 소개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경 개원가 중심의 인사들이 모여 의사협회 개혁과 회원들의 신뢰회복을 목표로 발족한 단체다.

이 단체는 발족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으로 확인된 자료를 제공해 회원들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며 의료계 매니페스토 운동을 공언했다.

매니페스토는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해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6개의 후보자 질문을 공개하며, 후보자가 답변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첨부해 달라고 요구했고,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보면, 후보자의 어떤 점을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단체가 지향하는 의사협회 개혁과 회원들의 신뢰회복에도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질문은 ▲9.4 의정 협상안 및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파업 철회에 대한 견해 ▲임총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에 대한 생각 ▲임총서 비대위 구성안에 대한 생각 ▲파업시 철회에 대한 권한 회원투표로 결정 ▲의협이 추진한 공중보건의료지원단에 대한 평가 ▲당선되면 추진할 사업 등 6개항이다.

이 질문들이 선거에 나서는 회장 후보자 검증을 위한 질문이라고 동의하는 회원이 얼마나 될까?

의사협회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는 지난해 9.4 의정합의 이후 9월 27일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을 부결시켰다.

또, 비대위 구성 안건을 부결시키고, 범의료계투쟁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의ㆍ정, 의ㆍ여 합의 이행을 감시하고 투쟁 재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즉, 대의원들이 4개월 전 총회에서 다수결에 의해 결론 내린 사항을 회장 후보자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임시총회 결정에 불만을 품은 회원들이 대의원 불신임을 위한 회원총회를 주장할 때, 전체 회원들의 의사를 물을 경우 적당한 질문으로 보인다.

의협회장을 불신임하자고 주장하고 성명을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장 후보자의 검증과는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회장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의료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최근 핫이슈인 공공의대나 의사증원, 첩약급여화 등 말이다.

또, 의약분업 재평가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과거 선거 사례를 봤을 때 이 같은 현안 질문은 변별력이 없다. 후보마다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안에 대한 견해보다는 실제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검증에 더 효과적이다. 투쟁 상황에서 후보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확인하는 것 말이다.

마침 의사들은 지난 2014년 3월과 지난해 8월 각각 투쟁에 나선 적이 있다.

회원들을 이끌기 위해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일반회원들도 따르기 때문이다.

당시 투쟁에 직접 참여했는지,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검증하자.

특히, 투쟁 상황에서 후보자가 지역이나 직역의 단체장을 맡고 있었다면 동료 의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확인해보자.

리더는 회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사들을 하나로 묶어 조직화된 힘을 내는 것이야말로 의사단체장의 역할이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투쟁에서도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지난해 8월 투쟁 당시 주요 시도의사회의 서신, 문자 현황
지난해 8월 투쟁 당시 주요 시도의사회의 서신, 문자 현황

지난해 의사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행동을 선언한 8월 1일부터 전공의들이 강경파업을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결정한 9월 8일까지 주요 시도의사회가 회원들과 얼마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했는지 확인해 봤다.

이 기간 강원도의사회와 전남의사회는 20여회 이상 문자와 서신을 회원들에게 보내며 투쟁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의사회와 충북의사회도 10회 이상 문자와 서신을 회원들에게 배포하며 참여를 호소했다.

시도의사회장의 업무가 총회에서 회장 불신임에 찬성하는 일인가, 아니면 투쟁과정에서 회원들을 조직화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일인가?

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해야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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