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의사 국가고시 거부 의대생에게 재시험 허용 가능성을 시사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의사국시를 거부한 의대생 관련 진행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정 총리는 의대생 재시험 고려 이유로 국민 여론의 변화를 들었다.

정 총리는 “(의대생 재시험은) 정부 내에서 의논을 해 왔다. 공정하냐, 절차가 정당하냐는 국민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 문제를 해결을 못했지만, 현실적인 필요나 이런 것까지 감안하고 또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이런 코로나 상황까지도 감안해서 아마 조만간 정부의 결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사실 국민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한 입중이었는데, 국민 여론이 바뀌는 것 같다.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의료계에선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구체적인 사항이 발표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도 보이고 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10여일 사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1,000여명을 넘나드는 등 3차 대유행의 시기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위해 의료인력이 절대로 필요한 시점이다.”라면서, “의대생 재시험 조치를 늦었지만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만약 내년에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시기에 의료공백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공의 수련체계의 붕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정 총리가 재시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이른 시일 내 밝혀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대하 의사협회 대변인은 “딱히 결정된 것이 아니고, TV프로그램에서 말한 것이어서 입장을 만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변인은 “신규 의사인력 미배출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기존 협회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22일 ‘불법ㆍ특혜 의사 국시 재응시 허용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을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삼는 불법 진료거부와 국시 응시 거부 등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을 일삼는 의료계에 대해 더 이상 어떠한 관용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라며,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하용 불가 입장이던 정부가 입장을 번복해 국시 재응시 실시를 언급하는 것은 불법행위자에게 처벌이 아닌 특혜를 부여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로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의사 국시 재응시 허용의 문제는 의료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고시 응시생들과의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문제이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경실련은 “국내 의료인력 부족은 단순히 이번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의 재응시 허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중증환자 증가에 따른 의료인력과 병상부족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을 통한 중환자 병상확보에 즉각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근본적으로는 의대생 국시 재응시 허용이 아닌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권역별 공공의대와 공공병원 설치 등 의료인력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의사단체에서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허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공정에 의뢰해 12월 12일~13일 2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남녀 60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에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 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의사 실기시험을 보지 못한 의대생 약 2,700명이 내년 의사로 배출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인지 76.4%, 비인지 23.6%)

정부의 의사 실기시험 재응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반대한다’는 응답 대비 더 높았다/(찬성 58.7% vs. 반대 39.3%).

세부 집단별로는 의사 실기시험 재응시에 찬성은 특히 여성, 20대, 50대, 60세 이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 집단에서 높았고, 반대는 30대, 40대, 자영업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강원/제주 지역에 찬성 87%로 가장 높았고, 광주/전라 지역도 찬성 52%, 반대 45.4%로 찬성이 더 높았다. 학력은 중졸 이하, 고졸, 대학 이상 모두에서 찬성이 더 높았다.

대학병원 비이용군(66.8% 찬성)이 대학병원 이용군(50.7% 찬성) 보다 재응시에 대하여 찬성률이 더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총 606명, 유선 번호 152명(25.1%) + 휴대전화 454명(74.9%)의 전화면접조사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0% 포인트였다. 응답률은 25.7%(유선: 18.7%, 무선: 29.4%)였다.

여론조사를 주도한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은 “의대생 의사 국사고시 재응시에 대하여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졌고, 2021년에 인턴 인력 90% 감소와 그 후 5년 동안 계속되는 전공의, 전임의 부족 사태로 초래될 종합병원의 의료대란을 막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가 의사 실기시험 재응시를 하루 빨리 추진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며, 이는 결국 정부와 국민이 모두 승리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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