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법이 가결된 후 이어진 검사들의 ‘줄사표’ 행렬에 국민들의 지지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컸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식이 깔린 차가운 시선이었다.

하지만 한의약육성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는 의협 집행부를 바라보는 의사들은 ‘검찰이 부럽다’는 마음이 들 것 같다.

실제로 검찰 줄사표의 정당성을 떠나, 책임감 있는 수장을 가진 검찰조직에 부러움을 느끼는 의사들이 적지 않았다. 의사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수뇌부들이 줄줄이 사표내는 검찰이 부럽다”는 반응이 올라온 것.

하지만 의협은 한의약육성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한의약연구원에 대한 감사청구를 하는 등 뒷북만 열심히 울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의사협회장이 “의협의 한국한의학연구원 감사 청구는 한의약육성법 통과로 상심한 회원들을 달래기 위한 쇼맨십이다”고 폄하했을까.

김정곤 한의협회장은 “이미 법안이 통과된 뒤 저지 행동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회원들을 우롱하는 일이다”고 정확히(?) 지적했다.

법안 통과는 일단 본회의에 상정되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치열한 쟁점법안이 아닌 이상, 여야 의원들은 대부분 상정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본회의 전 단계이자 법리적 해석만 따지는 법사위에서의 저지도 한참 늦다. 의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 차원에서 한의약육성법을 총력 저지했어야 한다.

지역 한의사협회가 복지위 한나라당 간사이자 의사출신 국회의원인 신상진 의원실을 점거하고 한의약육성법 통과를 부르짖을 때 의협은 뭘했나.

나름 ‘한다고 한’ 국회 앞 릴레이 1인시위는 득보다 실이 컸다. 경만호 회장이 “한의약육성법은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이다”며, “직역 간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회원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에게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사퇴하는 검찰 수뇌부와 수장을 보며, 의협 집행부에도 그런 결단과 책임있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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