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의료계 단체행동에 젊은 의사들이 적극 나서면서 기성세대가 젊은 의사들과 소통 창구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후 의사협회 임시총회에서 대의원 정수와 책정방법 변경방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역의사회 재선 회장이면서 중앙 무대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과 총선기획단장 등 굵직한 직책을 맡아 활약해 온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을 최근 만나 젊은의사들과의 소통방법과 대의원 정수 개선 방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

▽젊은의사들의 의견 수렴은 어떻게 해야하나고 생각하나?
▲지난 여름 의료계 투쟁은 2000년도 의약분업 투쟁을 비롯한 과거의 의사 파업과 달리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또는 예비 의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정책의 문제가 밥그릇 문제라기보다 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든 문제는 1989년 의료보험 시행 이후 미봉책으로 땜질만 해온 보건의료 정책에 기인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제도와 더불어 국민 의식의 성숙이 필요하다.

지난 여름 투쟁이 개원가 중심으로만 펼쳐졌다면 정부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의 잘못된 정책을 향한 외침과 동참으로 인해 정부도 많은 공감을 했다고 본다.

젊은 의사들의 결단과 행동에 대해 감사드리며 뿐만 아니라 전공의 파업투쟁 과정에 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수고한 의대 교수들께도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부는 젊은 의사뿐 아니라 전체 의료계가 한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의협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여름 투쟁에서 절규하듯 외친 젊은 의사들의 호소에 대해 “라떼는 말이야” 하는 식으로 훈계하거나 일방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서는 안 된다.

의협 회장은 시대적 사명을 위해 의료계 전 직역을 아우르는 통합과 도약의 메신저가 돼야 한다.

특히 젊은 의사의 의견 수렴은 한국의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대전협 등 젊은 의사들의 적극 참여도 당부한다.

의협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도록 회무 방향과 방식을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선해야 된다.

젊은의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리적으로 의협의 회무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전공의와 전공의 단체를 위해 온라인 회의 시스템을 확대하고 다양한 SNS 매체를 통해 젊은 의사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의협 내에 젊은 의사들이 온ㆍ오프라인으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조직해 수련과정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의료의 미래비전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한 시야와 포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들이 장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의료의 미래를 주도 해 갈 수 있는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의원 정수 및 선출방법 개선 방안을 제시해 달라.
▲대의원 수와 선출방법에 대한 개선 방안은 뜨거운 감자다.

의협은 대표적인 전문직 단체이다. 전문직 단체의 리더를 선출하는 과정은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다.

국가는 영토와 국민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치하는 조직이 정부이다. 정부는 국가의 영토 안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국가에서 정부는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서 입법, 사법부 등 견제와 감시로 권력의 균형을 잡아가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설립된 의료인 단체로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돼 있는 단체이다.

이러한 제한적 상황 하에서 의협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대의원회의 견제와 감시도 중요하지만 의협과 대의원회의 신뢰와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대의원회의 배분과 구성 등 제반 문제에 대해 의협이 어떤 안을 먼저 내기보다 의협은 대의원회와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만일 대의원회의 개혁이 필요하다면 전체 의사 회원의 의견 수렴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협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 리더십 강화 방안은?
▲의협은 대한민국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최고 전문가단체로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13만 회원들의 권익수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의협은 의료법에서 정한 바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돼 있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를 상대해야 한다.

따라서 의협은 조급한 마음으로 독단적인 회무를 돌발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 회원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일관된 회무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협의 의사결정구조도 회장 단독의 의사결정 보다는 의료계 지도자(대의원회의장, 시도의사회 협의회장,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들이 원탁에서 모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최선의 결론을 내려가는 구조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의료계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다.

또한 부회장들에게 일정 권한을 부여해 보험, 정책, 대외협력 등에 대해 책임운영을 맡게 함으로서 회무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해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손자병법’ 모공(謨攻) 편에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는 말이 나온다.

가끔 일부 회원은 의협이 정부와 싸워서 완승을 거두거나 승리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의협과 정부는 서로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보건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때로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 투쟁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의협이 정부에 승리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협이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전략적 인내와 설득으로 여론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 내면 정부도 우리의 주장에 굴복하게 돼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정부와 감정적 대립관계로 소모적 투쟁으로 일관한 과거의 방식을 탈피해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명확하게 반대하는 의협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의협 수장은 당ㆍ정ㆍ청과의 폭넓은 인맥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좋든 싫든 집권 여당과 협력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회원들의 고통으로 돌아오게 된다.

의협 집행부는 여ㆍ야를 불문하고 광폭정치로 의협이 보건의료계의 맏형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화합을 바탕으로 각 직역과 직종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협 회장은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의료계의 다양한 직역, 지역에 있는 능력있는 분을 적극 집행부에 참여시켜서 회원들의 권익을 극대화 하고 국민에게는 사랑과 존경을, 회원들에게는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의협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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