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8일 서울 엘타워에서 전문병원 제도의 성과와 미래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다양한 전문병원 제도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11월 전문병원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별ㆍ진료과목별 환자의 구성비율 등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배치하는 등 일정 수준의 의료서비스의 질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요건으로 지정된다.

1기, 2기, 3기 각각 99개, 111개, 109개 병원이 선정됐다. 지정된 곳은 ‘전문’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지정기관 이외의 병원은 간판 제작 및 병원 홍보 시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6년부터는 전문병원관리료, 전문병원의료질지원금 등 재정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포럼 주제발표자들은 전문병원 제도의 운영성과를 소개하고, 의료전달체계 내 역할 강화를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첫번째 주제발표에나선 심사평가연구소 한승진 부연구위원은 전문병원 제도의 성과에 대해 “전문병원 제도 운영으로 의료의 질과 환자 만족도가 향상됐고, 비용의 효율성을 확인했다. 병원도 진료비의 규모와 시장 내 점유율이 증가했고, 대내외 위상강화가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병원이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고 대형병원 이용률이 낮았다.”라며, “대형병원의 환자집중이 완화됐고, 의료의 지역화 관련 현황과 재정절감 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다만, 전문병원의 비급여 진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향후 비급여의 비교분석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문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수도권전문병원 유입 수요가 많았다.”라며, “해당 지역의 전문병원 육성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두번째 주제발표자인 순천향대학교 함명일 교수는 전문병원 제도의 발전 방안을 제언했다.

함명일 교수는 “3기 전문병원 지정현황을 보면, 20개 분야에서 107개소가 지정돼 있는데 소아청소년과와 한방중풍 분야는 전무하고, 심장, 유방, 주산기 분야는 한 개 소에 불과하다.”라며, “높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비용 절감, 내부 직원의 업무 효율성 향상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연 환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1기 지정 당시 99곳이던 전문병원은 2015년 2기 지정시 111곳으로 늘었다가, 2018년 3기 지정 때는 다시 109개로 감소했다.

함 교수는 “이러한 한계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필요로 하는 높은 진입장벽과, 전문병원 지정이 환자 내원이나 의료수익의 증가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며, 질평가지원금과 전문병원 가산 부족도 한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함 교수는 “전문병원 지정제도를 개선하려면 지정기준을 완화해 유입 기관을 늘리고, 해당 기관에 지원을 늘리는 한편, 지속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권 내에서 질향상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전문의 수 기준을 현행 30%인 지역 완화 기준을 50%까지 확대를 검토하고, 대신 퇴출 기준을 강화하거나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세분화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함 교수는 이어 “전문기관에 맞는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준을 마련할 것과, 동일 의료기관이 두 개 이상의 전문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중복지정 가능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역별 최소한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지정기준을 세분화 할 것과, 지역 의료기관의 접근성 확대를위해 잠재력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을 발굴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제도 운영 10년 동안 지정병원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유인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전문병원 제도의 성과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는 “성과조사를 할 때 전문병원에 참여하지 않은 병원을 포함해서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전문병원 제도가 특정 전문과를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다학제까지 포함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도 전문병원이 성과를 거뒀다는 발제자의 주장에 반박하며, 성과평가지표가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성과평가 결과를 정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아청소년과 분야 전문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중인 중소병원협회 정성관 아동병원위원장은 참여 병원이 적은 이유로 낮은 인센티브를 꼽았다.

정 위원장은 “전문병원이 성공하려면 투자되는 재화 대비 효율이 중요한데, 진료의 질적 측면, 시스템 구축, 시설관리, 인력관리 등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수가는 낮다.”라며, “외래나 입원료 수가 상향이나, 전문병원만의 종별가산을 부여하지 않는 한 참여기관이 늘지 않을 것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인센티브가 확대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기 때부터 참여한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김진호 기획위원장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준을 완화하는 문제는 인증 세분화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 의료법은 1차ㆍ2차ㆍ3차 전달체계를 갖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법은 의원과 전문병원ㆍ종합병원이 같은 단계다 모순을 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병상수 대비 합리적인 진료량을 설정하거나 절대평가로 전환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준완화보다는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분야별로 세분화된 차등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한방병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 토론자는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정기준 완화에 반대입장도 밝혔다.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공급자 중심, 의사중심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야도 좀 더 세분화해서 공급이 이뤄져야 하며, 비급여 분야도 초기에는 공급을 일으켰던 측면이 있다면, 이제는 비급여 분야도 모범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안기종 대표는 전문병원의 의료의 질과 환전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안 대표는 “전문병원은 소비자나 환자가 요구한게 아니라, 정부가 의료기관을 기능적으로 활용하려다 2차병원이 중추역할을 하는 방안이 없을지 고민중에 나왔다.”라며, “환자가 전문병원에 가게 하려면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한데 저렴한 비용보다는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병원 지정기준 완화에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전문병원 지정은 정부가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분야에 대해선 상급종합병원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권위있는 절차다.”라며, “전문병원 인정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전문병원을 이용한 환자의 경험을 확인해야 한다. 전문병원 평가기준에 환자경험평가는 필수가 아니다. 환자경험평가 늘려서 하며, 그 결과를 포함해서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전문병원관리료도 환자경험평가 결과와 연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에 전문병원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국일 과장은 “전문병원이 규모가 작은 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돼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현재 논의중인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편방향에 전문병원 개선방향을 포함해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지역 내 책임의료기관 지정제 같이 전문병원도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전문병원 확대에 대해선 전문병원을 무조건 확대하기 보다는 의료수요가 어느 정도 되고 공급가능한 인력이 있는 지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중증환자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지역우수병원이나 공공병원을 70개 권역별로 마련해서 의료접근성 높이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전문병원도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병원 활성화를 위해 3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바꿔서 모집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원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많은 분이 강력한 유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부분을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아 포럼을 진행한 고려대학교 윤석준 보건대학원장은 “다른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여러 분야 관계자가 제도 자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다만, 여러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부와 심평원이 적극적인 행정단위로 이끌어 가기 바란다.”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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