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가 IPL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한의약정책관의 발언에서 불거진 IPL 영역 논란은 법정 고발까지 이어졌다. 한의계에서 IPL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한 황제내경의 내용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일주일간의 IPL 논란 과정을 되짚어봤다.

▽한의약정책관 말 한마디로...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의원(민주당)이 한의사들도 IPL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묻자, 한의약정책관이 그렇다고 답한데서 논란은 시작됐다.

김용호 한의약정책관은 “IPL은 자연광 치료기에 해당하는데, 한의학의 황제내경에도 그러한 원리가 있으므로 한의사들도 현재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법사위에서 한의약육성법은 별다른 논란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법안인만큼, 한의계 한쪽말만 일방적으로 들어보고 법안 가결을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의약정책을 담당하는 주무관에게 들은 답변이 과연 공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의료계 ‘발끈’…법적대응까지
한의약정책관의 발언 이후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경만호 의협회장은 법사위가 열린 다음날인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지난해 3월 한의사의 IPL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놓고 이를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또, 복지부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건강과 의료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정부가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초의사들의 뜻을 모아 지역의사회장이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인천시의사회는 지난 29일 한의약정책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다. 이번 고발에는 74명의 의사들이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의사회는 “한의사의 IPL 시술행위는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만약 한의사의 IPL 시술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부당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황제내경에 IPL 원리가 나올까
그렇다면 IPL의 원리와 문제가 된 황제내경의 내용은 무엇일까. 정말 황제내경에 IPL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나올까?

IPL(Intensive Pulsed Light)은 1993년 미국의 ESC Medical 회사에서 Photoderm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돼 1995년 색소성병변, 노인성반점, 등의 치료로 미국 FDA에 승인을 받았다.

이후 1996년 혈관병변에 대한 치료, 1997년에는 제모로도 승인을 받았으며, 혈색소, 멜라닌 색소, 진피 콜라젠 등 확실한 병소와 물리적 병변을 치료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광피부재생술, 선택적광열분해 이론 등 현대의학적 원리에 의해 개발됐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한의약정책관의 “IPL은 자연광 치료고, 황제내경에도 근거가 있어서 한의사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은 큰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개원의는 “특정 파장대의 빛(광자의 흐름)을 이용한 IPL은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외선 및 적외선 등이 포함된 자연광과는 파장대 및 세기 등이 다르다”며, IPL은 자연광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연광이어서 IPL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특정 파장의 광자 흐름인 레이저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황제내경에 자연광을 이용한 치료에 대한 내용은 언급된 바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황제내경 사시조신대론 1편’을 보면 태양광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이는 사철에 따라 양생을 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지 ‘자연광을 써서 환자를 치료하거나 치료했다’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법 판결이 ‘관건’
결국 대법원의 판결이 IPL 영역 논란을 확실하게 끝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3월 IPL 시술은 한의학적 근거가 없으므로 한의사의 IPL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한의사의 IPL 사용은 불법이라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유효한데, 복지부의 공무원이 스스로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더욱 문제라는 목소리다.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판결에 의료계와 한의계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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