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으로 3년째다. 짧은 임기 속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2018년 3월, 경기도 소속 중앙대의원으로 선출된 후 2년 6개월 동안 매년 4월경 열리는 정기총회와 별개로 세 차례 불신임 안 상정과 임총 소집, 두 차례 오송 부지의 매입 추진과 반대, 예산 편성 찬성과 반대, 두 차례 비대위 구성 추진 등이 진행됐다.

문제가 생겨 해결될 때까지 매달리다 보면 어느새 다른 문제가 생기는 일이 반복됐다.

혹시 하는 마음에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과거의 자료를 찾아보면 협회가 지금까지 겪어 왔던 일들이 마치 데자뷔처럼 내 눈앞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협회에서 이러한 위기 상황이 자주 반복되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하려는 마음의 부족과, 협의를 통해 하나로 만들려는 생각없이 “나 아니면 다 틀렸다” 식의 고집스런 운영방식 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예로, 대의원 4~5 명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논의하다 보면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추진 방법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니 생각도 다를 만도 하지만, 어느 정도 협의해서 넘어갈 일도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대의원 카톡방에서 얼마나 많은 논쟁과 반대 의견이 제시됐는지 대의원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심지어 예의에 어긋나는 언어를 써가며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의협을 올바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고집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절제하지 못 하고 배려하지 못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틀 후, 엄한 코로나 방역 2.0을 뚫고서라도 대면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일이 우리 앞에 있다.

회장 불신임, 부회장 불신임, 상임이사 6인에 대한 불신임, 비대위의 구성과 운영규정 마련 등 어느 하나 쉽게 결정할 안건은 아니다.

오랜 시간 회의를 할 수도 없고, 큰 소리 치며 회의를 할 수도 없는 코로나 방역 시대인 지금,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과거처럼 공전되는 논쟁보다는 압축된 의사전달과 절제된 의견 발표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이번 임총에서의 결정은 전공의와 학생을 포함하는 후배들, 특히 본과 4학년 학생들의 미래와 이번에 합의한 의ㆍ정간의 합의안 이행과 유지 등을 이루어내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대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번 결정이 바로 눈앞의 현재의 사안으로써의 결정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우리 의사회가 가야할 길의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이기에 이번이야말로 대의원들은 미래지향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또한, 20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야 하는 임총이므로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해 만약의 불상사를 반드시 막음으로써 K-방역의 주역인 의사답게 모범적인 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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