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진료행위를 결과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장세척제 투약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결과만으로 판단해 담당 의사를 법정 구속한 재판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재판부는 10일 대장암이 의심되는 환자(당시 82세)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위해 전처치를 시행 후 사망한 사건에 대해, 당시 담당 주치의였던 내과교수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내과 전공의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세척제는 고령자 등에서 신중하게 투약돼야 한다.”라며, “장세척제 투약에 의한 업무상과실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라고 판결했다.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들은 재판에서 “영상의학검사에서 ‘마비성 장폐색, 회맹장판 폐색에 의한 소장확장’이라는 소견을 받았고, 고령과 기저질환에 의해 침상에만 누워있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충분한 진찰을 통해 기계적 장폐색이 아닌 마비성 장폐색으로 의학적 판단 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진술했다.

의사회는 “의사들은 자신의 의학적 지식에 근거해 의사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전문가로서의 의학적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집착해 두 의사의 진료에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이제부터 대장암이 의심되고 장폐색이 있는 고령의 환자들은 확인을 위한 대장내시경검사 없이 바로 수술부터 하라는 것과 같다.”라며, “사전 확인 검사 없이 수술해서 환자가 사망하게 되면 또 의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다. 의료행위의 결과만으로 진료한 의사에게 법적 판단을 내리면, 앞으로 의료인이 시행하는 진료행위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극적인 진료행위들의 피해는 결국 환자들이 받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진료 결과가 환자의 사망으로 귀결됐다고 해도, 환자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한 상황에서 의사가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합리적인 이유에 따라 판단했다면 이를 업무상과실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선의의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 이를 처벌하는 판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또한 이러한 재판부의 판결로 인해 필수의료에 뜻을 둔 예비의료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라며, “평균 수명의 연장과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환자에 대한 시술, 수술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진료의 결과만으로 모든 과정을 판단하는 판결이 반복되면, 그 어떤 의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노인환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내과, 외과 등은 이미 의과대학생에게는 기피과가 된 것이 현실이며, 이 판결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암울한 미래를 앞당길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선의의 진료행위에 대한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해 온 내과의사를 법정구속시킨 판결에 커다란 분노를 표한다.”라며, “또한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에서 의업에 종사하는 모든 의사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향후 대한민국의 필수의료에 부정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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