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법정구속 사건이 다시 일어나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주치의인 A 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전공의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16년 6월경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 A 씨는 장폐색이 있는 대장암 의심 환자에게 장정결제 투여를 지시했고, 전공의 B씨는 A 씨의 지시대로 장정결제를 투여했는데 하루 만에 환자가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의사들은 의학적 판단을 범죄로 보는 야만적 시각이 필수의료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의료행위는 불가항력적 결과가 뒤따를 수 밖에 없고, 그 때마다 의사를 법정 구속하면 의료행위가 위축돼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간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재판부의 의사 법정 구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인천 독일 산모 태아 사망사건,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2018년 성남 횡경막 탈장 8세 어린이 사망 사건에서 연이어 의사를 법정 구속했다.

의사들은 사법부가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망에 대해 구속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것이 재판 결과다. 실제로 인천 독일 산모 태아 사망사건의 산부인과의사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의사 3명, 전공의 1명, 간호사 3명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2심이 진행중이다.

또, 성남 횡경막 탈장 어린이 사망 사건 관련 의사 3명 중 응급의학과 의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사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며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대장암에 의한 장폐색이 있는 환자는 대장내시경 등 사전 검사는 일체 하지 말고 바로 수술부터 하라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판결은 의료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법관의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다. 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나쁜 판례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14일 성명에서 “이번 판결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가 결국 의사들의 공분을 자극해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바대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라며,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의료는 항상 좋은 결과만 있을 수 없고 불가항력의 경우는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모든 환자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가야한다는 판결로 인해 위험성이 높은 과를 지원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소신진료 보다는 방어 진료가 만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14일 성명을 내고 “고의나 악의성이 없는 의료과오에 의사를 형사처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찾기 힘들다.”라며, “정상적인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의적 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제외하고 형사적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방어진료를 할 것이며,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에 대한 기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그피해는 국민이 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형이 부여된 의사의 ‘도주 우려’라는 이유로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까지 선고한 것은 의학에 대한 무지에 따른 판단이다.”라며 반발했다.

의협은 “이 판결은 앞으로 의료현장의 빈번한 방어진료를 초래하고, 필수의료 진료에 있어 치명타를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법원과 해당 판사가 져야한다.”라고 경고했다.

의협 집행부는 14일 오후 9시부터 15일 오전 6시까지 해당 의사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의왕) 앞에서 밤샘 1인 시위에 나섰다.

현장에서 최대집 회장은 “의사이자 어린 두 딸을 두고 있는 아이의 엄마가 이 곳(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어서 이 자리를 찾았다.”라며, “40대 집행부가 철야시위에 나선 것은 정 교수가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전체 의사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상실감과 고통이 크겠지만 무죄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정 교수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의사들이 수없이 많다는 점을 알려드리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주요 서진국에선 선한 의도가 전제된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서 전근대적인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더욱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 교수가 행한 의학적 행위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해당하는 의사에게 1심에서 금고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바로 법정 구속을 했다는 것이다. 법정 구속의 사유는 도주의 우려였다.”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대학병원에서 교수를 맡고 있고, 두 어린 딸의 엄마다. 이런 분이 어떻게 도주의 우려가 있겠나? 이런 재판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13만 의사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 집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에게 이 사건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한 대국민 홍보를 하겠다. 이와 함께 국회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다.”라고 대응방안을 밝혔다.

박홍준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도 “지난 번 산부인과 사건과 횡격막 사건에 이어 이번까지 참담한 심정이다. 어느나라에서도 진료하고 있고 두 자녀의 엄마인 현직 대학병원 의사를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법정구속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법정구속 상황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는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박홍준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 ▲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변형규 보험이사 ▲박종혁 총무이사 ▲장인성 재무자문위원 ▲전선룡 법제이사 ▲김태호 특임이사 ▲김해영 법제이사가 함께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