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해 사망케한 의사에게 법원이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0개월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4일 각각 성명을 내고 불가항력적인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해 단죄가 계속되면 의료행위가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의사 A 씨는 장폐색이 있는 대장암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했으나 환자가 사망했다.

법원은 전공의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주치의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당시 사망 환자는 X-레이와 CT 촬영에서 대장암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대장암 진단을 위해서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

CT 촬영에서 장폐색 의심 소견을 보였으나 반복적인 신체검진을 통해 환자가 장폐색 증상이 없고, 복부가 부드러우며 대변을 3~4회 본 것을 확인했다.

임상적으로는 완전한 폐색이 아닌 부분 폐색으로 판단했으며 대장내시경 및 장정결제 투약을 결정했다.

영상 소견과 임상 소견의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종합해 진단과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주치의이며, 환자를 직접 보는 주치의의 판단은 가장 정확하고 존중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가 결국 의사들의 공분을 자극해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바대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라며,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의사회는 “법원 감정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서로 다른 감정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감정 결과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유ㆍ무죄를 다루는 형사사건에서는 이런 절차가 필수적이며, 의료감정원 등 전문적 기구를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대개협은 “이제 의사에게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것은 선의의 의료행위의 대가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 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 경제적 파탄까지 감수해야 하는 아주 위험한 일이 됐다.”라고 우려했다.

대개협은 “의료는 항상 좋은 결과만 있을 수 없고 불가항력의 경우는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사고에 의한 기소를 하는 경우는 형사법상 행위 요건인 고의성이 있을 때이다.”라며,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성남 횡경막 탈장 어린이 사망 사건, 안동 태반조기박리 산모 사망 사건 등 모두 고의성이 없는 비극이었다. 모든 환자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가야한다는 판결로 인해 위험성이 높은 과를 지원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소신진료 보다는 방어 진료가 만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필수의료의 부족을 이유로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발표로 인해 의사들을 길거리에 내몰았다. 입법, 행정, 사법의 최근 행보는 젊은 의사들이 위험성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선의로 행한 의료행위의 불가항력적인 결과에 대한 단죄가 계속되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기는 어렵다. 진료행위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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