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의 총파업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일각에서 의원 휴진율은 낮아도 상관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의료 육성정책 등 정부가 추진중인 4개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두차례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했다.

제1차 총파업은 8월 14일 하루, 제2차 총파업은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실시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차 총파업의 경우 14일 오후 5시 기준, 전체 3만 3,836곳 중 1만 1,025곳이 휴진했다. 휴진율이 32.58%에 이른다.

그러나 2차 총파업은 달랐다. 복지부는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3만 2,787곳 중 26일 3,549곳, 27일 2,926곳, 28일 2,141곳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첫날 의원급 의료기관 휴진율은 10.8%로 두자리수를 기록했으나, 2일째 8.9%, 3일째 6.5%로 감소했다. 열 곳 중 아홉 곳은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진 참여율이 낮게 나오자 실제 참여율은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평택시의사회 변성윤 부회장은 지난 27일 국회 앞 1인 시위 현장에서, 평택 소재 의료기관의 휴진율은 자체조사 결과 6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4일 1차 총파업에는 70%가 넘는 의원이 휴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회원들이 보건소로부터 병원 문을 닫지 말라는 연락을 개별적으로 받았고, 맘카페 등에서 시민을 외면하는 병원으로 낙인을 찍는다는 말에 참여율이 줄었다.”라면서도, “복지부가 발표한 휴진율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의사가 휴진에 참여했다.”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매우 축소된 발표라고 주장했다.

사전에 보건소 등에서 의료기관에 전화를 걸어 휴진 여부를 묻고, 휴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답변하지 않으면 휴진하지 않은 것으로 통계를 작성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개원가의 참여율은 정부 발표의 최소 2~3배는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측 발표는 DUR을 이용해서 참여율을 집계하고 발표한 것이다. 16개 시ㆍ도의사회 집계를 취합한 자체 조사로는 훨씬 높다.”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개원가의 낮은 참여율은 본지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본지가 서울 3개구에 소재한 의원급 의료기관 132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휴진 의료기관은 26일 23곳, 27일 15곳, 28일 12곳이었다. 각각 휴진율은 17.42%, 11.36%, 9.09%였다.

본지와 함께 휴진율을 조사한 A 매체의 결과도 유사했다.

A 매체가 서울 2개구 의원급 의료기관 52곳을 조사한 결과, 휴진 의료기관은 26일 7곳, 27일 5곳, 28일 2곳이었다. 각각 휴진율은 13.46%, 9.61%, 3.85%에 불과했다.

의사들의 주장대로 복지부 발표보다 휴진율이 수 배 이상 높다면, 최소한 의원 3곳중 1곳 이상은 휴진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대부분 의원은 문을 열었다. 특히, 2차 총파업 마지막 날인 28일의 경우, 문을 닫은 의원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의사들의 주장보다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휴진율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의사회 내부에서도 실제 참여율이 낮은 것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 좌훈정 위원은 28일 회의에서 “개원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협회 임원, 각 지역 및 직역 의사회 회장, 중앙대의원 명단을 조사해서 공개하자고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좌 위원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높은 단체행동 참여율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개원가 참여율이 낮은 것을 “최전선에서 어린 병사들이 싸우다 쓰러지고 있는데 장교들이 뒤돌아 도망가고 있는 셈이다.”라고 빗대며, “이대로는 강력한 투쟁을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좌 위원은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개원의 휴진 참여율이 낮게 나오자 일각에서 “이번 투쟁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앞장서고 있고, 교수들도 힘을 보태고 있으므로, 개원의의 휴진율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개원의의 휴진율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 자체가 향후 집단휴진에 참여하려는 개원의들의 사기를 꺾는 주장이다. 또, 1차와 2차 총파업에 참여한 동료 개원의들의 자기 희생을 폄하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또, 향후 투쟁에서 의대생과 전공의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부와 맞서는데 선배들은 희생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워진다. 최대집 회장은 이번 투쟁은 단순히 4대악 의료정책 저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료정책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양보를 어느 선까지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의ㆍ정 협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 높은 총파업 참여율로 개원의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그동안 전국의사총파업을 ‘의료를 멈춰서 세상을 바꾸는 최고의 투쟁 수단’으로 표현해 온 것도 잊어선 안 된다.

개원의들이 앞으로 이어질 집단휴진에서도 계속 낮은 참여율을 보이면, 어린 후배들 뒤에서 성명서만 남발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선배들로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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