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은 대한의원협회가 첫걸음을 내디딘 날이다.

당일 오전 기상청은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시간 당 3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고, 일부 지역은 하루 300mm에 달하는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상청의 예고대로 이날 오전에는 비가 쉬지 않고 내렸다. 하지만 오후에는 갑작스레 날이 개었다.

의원협회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하늘이 우리의 바람을 들어준 것이다’며 기뻐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날 회원들은 총회 후 거리행진이 예정돼 있어서 비가 멈추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멈추기를 기대한 건 비단 의원협회 총회에 참석한 의사들만은 아니었다.

나현 서울시의사회장을 비롯해 경만호 의협회장, 신민석 의협부회장, 박용우 의협총무이사, 김동석 의협기획이사도 비가 그치길 기대했으리라.

이들은 의사 회원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찾겠다며 의원협회를 출범시킨 그날, 경기도 양주시 소재 골프장에 모였다.

서울시의사회가 의료봉사단 후원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한 서울시의사회장배 골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이날 대회는 오후 8시 시상식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장에서 경만호 회장은 “장마기간과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중에도 대회 시간에 맞춰 날씨가 개는 것을 보니 나현 회장과 우리 회원들이 복이 많은 거 같다”는 덕담을 했다고 한다.

이날 골프대회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걸린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목전에 두고 열렸다.

의사 회원들은 경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이 골프장에 있던 그 시점에도 한의약육성법을 막아보겠다며 법사위 소속 의원실에 전화를 넣고, 팩스를 연거푸 보냈다.

의사커뮤니티에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연락처를 남기며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글도 여럿 보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됐고, 이어 하루 만에 본회의에서도 일차천리로 통과됐다.

회원들은 경만호 집행부가 누구를 위한 집행부냐며 성토하고 있다. 경만호 집행부는 총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늘이 갠 이유.. 의료계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골프장에 모인 의사협회 핵심 인물들의 복 때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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