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내시경 국산화 개발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또, 정부가 학회와 기업의 다리를 놓아줄 것도 호소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이 공동 주관한 ‘의료기기(소화기 내시경 중심으로) 국산화 개발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학회 임원들은 내시경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주영 학회 이사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진료 및 연구분야에서 국내 내시경 전문의는 탁월한 위치에 있으나 안타깝게도 소화기 내과에서 진료의 핵심인 소화기 내시경은 전량 일본에서 제작된 내시경을 사용하고 있어서 국산내시경 개발의 당위성 및 필요성을 국내 모든 의사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소화기내시경은 의료기구 중 가장 많이 국내에 보급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인구 당ㆍ병원 당 높은 내시경 보급류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위암ㆍ대장암의 높은 유병률로 내시경 검사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국가 암 검진 사업 중 위암 검진에 내시경 검사가 시행되고 있어서 국가적으로 비용 부담이 높은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전량 일본 제품인 국내 소화기내시경은 지속적으로 기기 업그레이드 및 감가상각에 의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결국 국가의 세금이 외국 회사의 수입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내시경을 비롯한 의료기구 국산화는 제품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고, 개발에 따른 비용, AS, 마케팅, 특히 기술 발전이 급변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R&D가 요구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주장했다.

두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범재 학회 내시경기기개발연구회 위원장(고려의대)은 “내시경 시장은 올림푸스가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매년 9% 이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수준을 보유중인 일본ㆍ미국ㆍ독일 대비 70% 가량에 불과하지만 기존에 확보된 전자기술 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산화가 되지 않는 이유로 “주요 소비자가 병원ㆍ의사여서 극소수로 한정돼 있고, 사고 위험 때문에 검증된 업체 기기를 살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인허가 과정도 어렵고, 시장장벽이 높은데다가 판매과정에서 가격 협상도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난도 기술확보가 중요한 만큼 소규모 회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회사규모가 유지되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정부는 스타트 기업과 대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회원 8,000명이 속한 소화기내시경 학회는 충분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라며, “정부와 기업, 학회의 유기적인 협력도 내시경 국산화에 중요한 요소다.”라고 언급했다.

토론자로 나선 학회 임원진도 내시경 국산화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재영 총무기획이사(경희의대)는 “1~2%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올림푸스 기술력은 따라갈수 없다.”라며, “올림푸스 타도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 이사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내과의사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있다.”라며, “일단 내시경 기기를 개발하고 기술이 축적되면 삼성이 애플따라가는 것 같은 시대가 올 것이다.”라며, 장기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이돈행 산학내시경시술연구회 위원장(인하의대)은 “국산 심혈관 스텐트는 허가를 받았는데도 의사들이 사용하지 않는다. 환자가 죽고사는 문제라서 그렇다. 하지만 내시경은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은데도 업체들이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임상의사들이 서포트할 테니 업체가 움직이도록 정부가 나서 달라. 정부가 기업과 학회의 다리를 놓아 달라.”고 요청했다.

낮은 수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일권 보험청책이사(순천향의대)는 “내시경은 의료비용을 대폭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하지만 수가를 150만여원으로 고정해 놨다. 새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한정된 의료수가를 주기 때문에 지출이 적게 나가는 기기를 쓸수 밖에 없다. 의사가 개발해서 쓰고 싶어도 못쓴다. 복지부나 기획재정부가 보험정책에 맞게 현실적인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백광호 학술이사(한림의대)는 “비싼 장비든 싼 장비는 수가가 같다. 내시경 소독기는 500만원짜리도 있고 몇 천 만원짜리도 있는데 수가는 획일적이다.”라며,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들어가는 노력은 굉장히 많은데 경제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렵다. 결국 중소기업이 도전하다가 실패하는 일이 반복된다. 의사들에게 애국심만 바라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 토론자들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은 “임상 의사들이 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면서도 그동안 국산화 요구가 없었다. 기획부터 설계, 사업화까지 의사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의사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반갑다.”라며 학회 임원진의 적극적인 요구에 환영인사를 건넸다.

김 단장은 “글로벌 의료기기업체가 시장을 선점했다. 이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대부분 M&A의 역사다. 후발주자가 시스템을 갖추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버겁다. 게다가 리더역할을 할 기업이 없어 취약하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김 단장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7조원이 넘고, 3500개 의료기기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라면서도 “97%가 연매출100억원 이하 기업이다. 정부의 지원하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균형있게 각각의 역할을 해야 의료기기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의료기기 생산실적이 두자리 넘게 성장했고 무역역조도 개선되고 있다.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기업과 협업하길 바란다. 체계를 갖추고 R&D 심사를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박기숙 의료기기연구과장은 “의료기기는 산업이지만 국민의 안전과 관련돼 있어서 의료기기법으로 관리하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시장에 나간다.”라며, “안전도와 성능에 대해 심사하고 허가한다. 국산 의료기기 성능은 식약처의 신뢰와도 관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제품이 개발되고 나서 시장에 나가려고 할 때 의료기기 특성상 설계부터 준비해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허가신청이 접수되면 움직이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허가 도우미 제도를 적극 운영해서 사전심사와 상담을 보강하고 있다.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기업을 돕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허가 외에 범부처 사업에 참여해 제품개발과 기술개발도 돕는다. 최종 소비자인 병원에서 사용하도록 허가 초기부터 적극 지원하겠다. 범부처 사업단과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 박성호 산업기술 R&D 단장은 “범부처 R&D 입장에서는 현직 의사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까가 고민이었는데 내시경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고맙다. 충분한 개발 동력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기존 의료기기 국산화하거나 대체하려면 기술, 생산할 곳, 검증할 임상, 사용할 곳이 보장돼야 하다.”라며, “R&D가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기술을 개발하고 임상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다. 생산 부분을 고려하면 한부처에서 논의할 게 아니라 과기부, 산업부, 식약처랑 논의해야 한다. 범부처 R&D 사업단에서 이를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권덕철 원장은 “소화기내시경은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의료기기중 하나지만 모두 외국 제품이어서 기기 유지보수 및 핵심부품 수급 등이 코로나 같은 국가 간의 인적ㆍ물적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는 병원을 비롯해 국민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기기의 국산화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의개발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시경과 관련된 융복합 광학 의료기기에 5년간 35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R&D분야 지원 및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시해 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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