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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갸웃해지는 의협 대회원 설문조사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0.07.21 6:10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방향을 정하기 위해 실시중인 회원 설문조사가 오늘(21일) 마감된다.

의사협회는 한방첩약 급여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 의료 4대악 정책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7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중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닥터서베이를 통해 진행된다. 설문문항은 정책 및 투쟁 관련 의견수렴 7건, 기본문항 5건 등 12건이다.

설문은 ▲한방 첩약에 대한 급여화 ▲의대 입학정원 4,000명 양성계획 ▲공공의대 설립 법안 발의 및 자치단체의 의대 유치 경쟁 ▲원격의료 도입 등 의협이 4대악으로 규정한 의료정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물은 뒤, ▲투쟁 방식 ▲투쟁 참여 여부 ▲투쟁 참여 이유 등 투쟁에 대한 견해와 참여여부를 묻는다.

기본 문항은 ▲성별 ▲연령대 ▲근무지역 ▲전공과목 ▲근무형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설문은 21일 오후 2시 마감된다. 의사협회는 22일 상임이사회 직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사협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로 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최대집 회장은 최근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결의대회에서는 정부가 자화자찬한 K-방역이 한국의사들의 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매서운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에게 4대악 정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물을 필요가 있을까? 이미 의협을 비롯해 다수 지역의사회와 전문과의사회가 4대악 정책에 대한 철회 및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각 단체는 소속 회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성명을 냈단 말인가?

또, 설문문항 설계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 정도 문항으로 회원 의견조회가 될 지 의문이다.

투쟁 방향을 묻는 5번 문항을 보자. 이 문항에는 ▲전면적인 투쟁 선언과 전국적 집단행동 돌입 ▲수위를 점차 높이는 방식의 단계별 투쟁 ▲의협의 결정에 따름 ▲투쟁없이 정부와 대화 등의 선택지가 제시됐다.

최대집 회장이 급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차례 총파업 가능성을 언급해 왔는데 회원들에게 단계별 투쟁을 묻는 게 적절한가.

집행부가 회원들의 의사를 묻는다는 핑계로 투쟁을 회피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 제격인 질문이다.

회원의 의견을 묻는 문항에 ‘의협의 결정에 따름’이라는 선택지를 넣은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굳이 의협의 결정을 따를지 여부를 묻고 싶다면, 투쟁 방식과 별개 문항으로 물었어야 했다.

또, 의협은 5번 문항 바로 뒤 6번 문항에서 투쟁에 참여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는 5번 문항과 6번 문항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5번 문항에서 투쟁 참여의사를 묻고, 6번에서 투쟁 참여의사를 밝힌 회원 중에 전국적 집단행동 돌입과, 단계별 투쟁을 물어야 했다.

의협은 지난해도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10일동안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유사한 설문을 진행했다.

당시 ‘투쟁참여 여부’를 물으면서 ▲반드시 참여하겠다 ▲가급적 참여하겠다 ▲현재로서는 참여할 의사가 없으나 진행상황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참여하지 않겠다 등을 선택지로 제시했는데, 무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2%가 ‘가급적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인 것은 아니어서 불참의사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회원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파악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의사협회는 당시 의사 63%가 전면적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회원 4명중 3명 꼴로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쟁은 진행되지 않았고, 한차례 여론전을 한 것 외에 설문조사는 잊혀졌다.

결론적으로 의사협회는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듯 하다.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대집 회장이 신뢰를 잃었다면서 전 직역, 지역ㆍ협의회가 모여 모든 사안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모양이다.

대충 비상대책위원회 비슷한 조직을 말하는 듯 한데, 아마 이 협의체를 조직하다보면 낙엽이 떨어지고 곧 눈이 내릴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4대악 정책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정부 투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회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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