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에는 KTX 오송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주공항과 세종특별자치시를 가려고 잠시 거치는 곳 만도 아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행정과 의료 균형발전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메세지를 주는 장소이다.

이곳에 의협 오송 제2회관 부지가 있다. 작년 4월 의협 정기총회에서 오송 부지 매입을 결정했고, 9월에 청주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으로 2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납부했으니 서류상으로는 현재 우리 의사 땅이다. 면적이 2,020평에 매매금이 19억 8,000만원으로 평당 98만원 꼴이다.

이런 의협 오송 제2회관 부지에 실망스런 변화를 가져올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어 걱정과 불안을 숨기기 어렵다.

지난 3월 의협 상임위는 1차 중도금 4억 4,000만원 납부를 연기하기로 했고, 5월에 있었던 대의원회 예산결산 분과위원회는 올해 중도금 납부액 8억 9,000만원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서울 이촌동회관 신축기금 회계에서 끌어 쓸 수 없고, 특별기금회계 별도 신설도 안된다고 한다.

사업은 있지만 예산이 없다. 하지 말라고 하는 말로 들린다. 매몰비용이 크기 때문에 계약 보증금 2억원을 날리고 지금 손절하는 것이 피해가 적다고 한다.

중도금을 6개월 이상 지연한 경우에는 계약이 해제되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두달후 9월 19일이 데드라인이다.

대금을 모두 납부하고 등기가 난 다음 매각을 한다면, “산업용지 등의 처분제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 취득가와 이자 비용을 합산해서 양도할 수 있다고 하니, 매각 차익을 얻을 수 없지만 의협의 손해는 0원이다.

오송 부지 매입은 정기 대의원 총회를 두번이나 통과한 집행부 위임 사안인데 정말 대의원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해당 부지에는 연구시설, 교육시설,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등 MICE 관련 건축이 가능하다.

착공 예정일도 변경할 수 있어 이촌동 회관 신축 진행과정을 보면서 여유를 갖고 계획할 수 있다.

COVID-19로 전체 병의원 경영상황이 많이 어렵다. 회원에게 특별회비나 기부금을 모금하거나 크라우드 펀딩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거래 은행은 부지 소유권 등기가 완료되면 부지를 담보로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송은 천년 전 신라 말 대학자인 최치원 선생이 다섯 그루의 소나무를 심고 후학을 가르쳤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청주시는 옛날부터 교육의 도시로 불렸고, 오송을 중심으로 6개의 의과대학과 8개의 대학병원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대전광역시 대덕 과학기술 연구단지도 바로 옆이다.

오송 생명과학단지 내 보건의료행정타운에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의료 국책기관(식품의약품안전청, 식ㆍ의약품안전평가원,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모두 모여 있다.

의약 바이오 관련 연구시설과 회사는 물론 최근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부지가 오송 인근 오창으로 선정되어, 향후 의약바이오 분야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음할 예정이다.

또 세종시에 보건복지부가 있어 명실공히 오송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행정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KTX 오송역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 분기역이다. 서울과 경기도 광명에서 내려오기 좋고, 부산, 창원, 울산, 대구와 목포 광주 전주 군산에서 올라오기 편하다.

청주와 제주간에는 매일 20편의 비행기가 왕복한다.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를 포함해 5개의 고속도로가 오송으로 연결된다. 전국 어디서든 2시간 이내 교통이 가능하다.

의사는 일년에 여러 번 학회나 연수강좌를 위해 서울을 가야 한다. 만약 오송 제2회관에 학술행사가 가능한 시설이 있어 일년에 한번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 오송으로 간다면 절약되는 시간과 교통숙박비의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자.

OECD 웰빙지표와 한국교통연구원의 직장인 통근행복상실가치 연구를 원용하면 교통시간이 한시간 줄 때 하루 3만원 가량 이득이 발생한다고 한다.

의사회원 한 명이 일년에 한 번만 오송 시설을 이용해도 30억 정도의 장부외 편익이 매년 발생한다.

빠듯한 의협 예산을 고려할 때 이촌동 의협 신축이 당연히 우선이지만, 매몰비용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회비 2억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회계장부상 손해만 계산할 수 없다.

이제 궁금한 것은 오송 부지 매입에 대한 최대집회장의 뜻이다. 오송 부지 매입 가부는 최대집회장이 의사회원을 대신해 판단해야 한다.

시계가 불투명하고 표류하는 이유중 하나는 최회장의 스텐스이다.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라 의사와 의협을 위해 오송을 포기할 지 말지를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계약 당사자로서 회원을 위해 약속을 지키는 회장을 보고싶다.

지난해 9월 충북도청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 “오송 부지는 지리적으로 보건의료관련 부처들이 인접해 있고, 전국 의사들이 왕래하기에 수월한 사통팔달의 중심 지역이다. 회원 대상 연수교육이나 학술대회 개최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2회관을 통해 회원 권익 증진과 협회 발전을 도모하고 의협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는 최대집 회장의 말을 한 번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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