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주도하는 첩약 급여화 저지 활동이 활발하다. 의료계 단체마다 첩약 급여화 반대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며 의사협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다수 의료계 인사들이 의사협회가 개최한 결의대회와 집회 등에 참여해 첩약 급여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철회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과 단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첩약 급여화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눈에 띄는 사례를 추려봤다.

▽보고서ㆍ설문 객관적 사실 제시한 유형
백진현 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보고서와 설문을 제시하면서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6월 28일 청계천 한빛광장 결의대회에서 연단에 오른 백 회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첩약 급여화를 진행하기에는 현재 한방첩약에 대해 보험약제에 준하는 정도의 기본적인 기준과 처방조제기록에 대한 기준, 그리고 첩약이 조제되는 장소에 대한 관리기준이 미비함을 지적했다.”라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또한 공단의 발주로 한의계에서 진행한 연구보고서에서 조차도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향후 도입의 필요성이 있음’만을 언급했다.”라고 소개했다.

백 회장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국민 10명 중 3명이 한약을 복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꼽고 있으며,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서도 처방 받은 한약을 모두 복용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라며,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집중 부각했다.

▽개별 한약재 안전성 파고든 유형
김교웅 한방특별대책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결의대회에서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를 짚었다.

김교웅 위원장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년이 안된 시기에 회수, 폐기된 한약제는 52건이다.”라며, “카드뮴 11품목, 비소 4품목 등 중금속 부적합 15품목, 성상 이상 9품목, 이산화황 8품목, 순도시험미달 5품목 등 다양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16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지난 3년간, 약품 회수 폐기명령과 비교하면, 의약품은 118건, 한약재는 278건이다.”라며, “복지부가 안전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질타했다.

▽환자단체 입을 빌린 유형
김교웅 한방특별대책위원장은 3일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첩약 급여화 반대 집회에서 환자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한약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이 의협의 집회에 참석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폐암환자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더 좋은 치료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차마 사용하지 못하고 죽어가는데 정부는 그저 이해해달라고만 한다’며 비판했다. 정작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한방 첩약이 급여 적용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과연 정부가 폐암 환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되물으며 울먹였다.”라며,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건정심 위원이기도 한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첩약도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한다’는 글을 올려 환자단체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건강보험 급여화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약에 있어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의 기본 원칙은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문가 뿐만 아니라 환자단체도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검증이 안된 첩약을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보건복지부는 답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보험재정 이유로 급여 적용하지 않는 사례 제시 유형
학회들은 건강보험 재정을 이유로 선별급여를 적용하거나 아예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를 들어 첩약 급여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첩약 급여화로 인한 재정낭비는 우선순위여야 할 중증환자 또는 치료 가능한 환자가 후순위로 밀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핵의학회 7월 2일 성명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원칙이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행위나 약제 중에서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한방첩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다.”라고 지적했다.

핵의학회는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인 방사성의약품(루테슘-177 도타테이트)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로 증명됐음에도 현재까지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암의 뼈 전이나 전립선암 치료에도 효과가 증명된 방사성의약품들이 개발돼 있으나 급여화는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핵의학회는 “그뿐만 아니라 암, 심장 및 뇌 질환의 진료에 필수적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역시 보험 적용에 많은 제약이 있어 수많은 환자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핵의학회는 “이외에도 건강보험 재정의 제약으로 많은 환자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핵의학 검사법과 치료법이 산적해 있는데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방첩약을 급여화한다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7월 3일 성명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포함되는 3개 질병 중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 후유증은 신경과 질병이어서 우려가 크다. 이 두 병 모두 발병 초기에 적극적 의사의 개입이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했다.

신경과학회는 “첩약급여화로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국민건강보험 재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뇌손상만 남기게 된다.”라며, “콜린알포세레이트 등 뇌졸중후유증에 사용하는 약제를 유효성 검증이 부족하다고 선별급여 80%로 적용한다고 하는 이때, 유효성 검증이 부족한 정도가 아닌 아예 없는 첩약을 뇌졸중후유증에 급여화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원칙이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행위나 약제들 중에서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보약에 실비보험이 적용되는 마법을 지적한 한약사들
의사들이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체를 지적한 반면, 한약사들은 보약과 치료제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한의사가 첩약 처방을 남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으로 재정낭비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은 것이다.

지난 3일 국제전자센터에서 의사협회 맞은편에서 첩약 급여화 반대 시위를 한 한약사들은 “대상질환 중 월경통 처방은 대부분 보약 약재로 구성돼 조금만 가감하면 보약과 다이어트 한약으로 변용될 가능성이 높아 치료용 목적이 아닌 보약과 미용 목적의 한약에 국민보험 재정을 투입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한약사들은 “그간 보약은 치료용 목적이 아니어서 적용되지 않던 의료실비보험이 치료용 목적으로 둔갑된 보약과 미용 한약에도 적영돼 보약을 못찾아 먹으면 일명 바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주장했다.

한약사들은 “의원에서는 의사가 약물 처방을 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진단료가 책정돼 약물을 처방하는 기준이 ‘약물 투약의 필요성’ 한가지에만 집중되지만, 첩약보험에서는 한의사가 얻는 수익인 처방료와 더불어 한의사에게 조제료를 삭감 없이 과하게 책정해 한의사가 한약 처방을 남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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