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는 의사들이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타협의 문제가 아니다.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

이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방 첩약 급여화에 대한 반발은 의사협회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지난 6월 28일 의사협회가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개최한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 이후 의료계의 첩약 급여화 반대 저지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의사협회는 1일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한방첩약 급여화 추진에 반대하는 대의원 서명지 182장과, 28일 결의대회에서 발표한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명의의 대정부 건의사항을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에게 전달했다.

서명지는 13만 의사 회원을 대표하는 의협 대의원들의 한방첩약 급여화 추진 반대 입장을 담은 것이다.

대정부 건의사항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전면 철회 ▲건강보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한방건강보험 분리 ▲공공의대 설립ㆍ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계와 협의 없는 무분별한 정책강행 중단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고 의료계와 협의 진행 등이다.

현장에서 박종혁 대변인은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 적용은 기본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된 것을 대상으로 한다. 첩약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라며,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국민은 안전하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치료에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투입해 국민을 대상으로 안전과 효과를 확인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등을 고려해 급여화 대상을 결정하라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준수해야 한다.”라며 “원칙 없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첩약 급여화 반대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울산시의사회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성명을 내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것이라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를 주장했다.

30일에는 제주시의사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과의사회가 각각 성명을 내고, 첩약 급여화는 몰락해가는 한의계를 억지로 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며,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지 말고 시범사업을 즉극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일에도 충청남도의사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성명을 내고,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는 국민의 건강과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의사단체들은 복지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일단 시작하고 첩약의 안전성 여부를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확인해보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를 살리고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일에 재정을 우선 투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의사협회는 오는 3일 오후 2시 30분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안전성, 유효성도 검증 안된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촉구 집회’를 진행한다.

이날 국제전자센터에서는 오후 3시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논의하기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현장에는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 임원들이 참여해 첩약 급여화의 심각성을 재차 알릴 계획이다.

박종혁 대변인은 서초동 집회와 관련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첩약 급여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직업윤리의 문제다. 약을 써가면서 검증하자는 것은 시범사업의 선을 넘어서 의료제도 전반의 흐름을 뒤엎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성, 유효성, 비용 효과성은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원칙이다. 첩약 급여화는 약의 허가절차를 뭉개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의사들의 염려와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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