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 한방 의료행위는 건강보험에서 분리하라.”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철회와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의사협회 집행부와 시도회장단을 비롯해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은 국민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한방을 건강보험에서 분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안)을 제출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한의원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ㆍ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ㆍ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 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이며 이 중 절반을 환자가, 나머지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시범사업은 내달 건정심 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며, 이르면 10월부터 실시된다.

최대집 의사협회장
최대집 의사협회장

이날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대회사에서 “한약은 현대의약품에 가장 기본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고, 한약의 부작용에 대한 감시와 분석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라며, “약의 건강보험 적용은 절대로 시행돼선 안 되는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정치적인 명분에 쫓겨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을 건강보험에 적용하려는 정부의 얕은 수에 국민이 눈물 흘릴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한방치료를 받고자 하는 국민이 있다면 별도로 한방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해 국민에게 짊어진 과도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파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돼 의료계와 국민의 우려와 충고를 무시하고 끝내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정부가 그토록 자화자찬한 K방역이 한국의사들의 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의료계 인사들도 연대사를 통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의장
이철호 의협 대의원의장

이철호 의협 대의원의장은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우선순위에 있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검증도 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붓는 것은 국민의 호주머니에 큰 구멍을 만들어 더 많은 돈이 술술 빠져나갈 것이다.”라며, “더 이상 건강을 갖고 모험을 해서 안 된다. 즉각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백진현 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국민 10명 중 3명이 한약을 복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한방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라며,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한방 첩약의 경우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이 없고, 부작용을 수집, 보고하는 절차도 전무해 첩약의 안정성과 유효성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상태이다.”라며, “국민건강에 앞장서야 할 보건복지부가 자칫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도 있는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행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백진현 시도의사회장단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강대식 부산시의사회장(좌로부터)
백진현 시도의사회장단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강대식 부산시의사회장(좌로부터)

강대식 부산광역시의사회장 “과학적, 의학적으로 입증돼 신속한 급여화가 필요한 의료행위에도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을 핑계로 급여화를 거부하는 정부가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이 불분명한 한방첩약에는 많게는 1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재정이 소요되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고 하느냐.”라면서, “과학적으로 옳지 않고, 국가재정적으로도 포퓰리즘적 재정낭비인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2차 유행과 수도권 유행이 증가하는 지금 시점에 정부가 해야할 일은 코로나 사태로 지치고 번-아웃돼 무너지기 직전인 국내 의료계를 살리고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일이다.”라며, “급하지도 않고 검증도 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 김교웅 한특위원장, 이건주 폐암환우회장(좌로부터)
이필수 전남의사회장, 김교웅 한특위원장, 이건주 폐암환우회장(좌로부터)

김교웅 한방특별대책위원장은 “햔약재를 쓰고 나서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분석이 없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국민 모두를 마루타처럼 시험하겠다는 것이다.”라며, “한방과 관련해 일관된 진료과정의 표준화, 한약 처방의 표준화, 약제의 생산 유통과정의 표준화, 조제의 표준화, 부작용 관리의 표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과 그에 따른 백신 연구 등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라면, 정말 어떤 사람이 먼저 보장을 받아야 하고 국가가 어떤 환자에게 더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라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전국의 중증환자를 살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한약의 조제와 유통에도, 현대의약품처럼 정부의 관리와 책임아래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건강보험으로, 정치를 하거나 사업을 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연대사에 이어, 박종혁 의협 대변인이 ‘첩약 급여화’라고 쓰여진 대형 약탕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 회장단은 의료현안 긴급 건의문을 발표했다.

시도회장단은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우려가 있는 시기에 제대로 된 진단 및 처방이 이뤄지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어 정부에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전면 철회 ▲건강보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한방건강보험 분리 ▲공공의대 설립ㆍ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계와 협의 없는 무분별한 정책강행 중단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고 의료계와 협의 진행을 건의했다.

시도회장단은 정부의 성실성 있는 답변을 기대하며, 무분별한 강행시 의료계는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