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을 내며 첩약급여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가 투쟁을 예고하자 줄줄이 지지 및 동참을 선언한 것과 흡사한 양상이다. 의사단체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의 급여화는 해선 안 될일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첩약 급여 시범사업의 세부내용을 공개했다.

올해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ㆍ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ㆍ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이며 이 중 절반을 환자가, 나머지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다만, 환자당 첩약 한제(10일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한의사 1인당 1일 4건ㆍ월 30건ㆍ연 300건으로 급여 처방에 제한을 뒀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의사단체는 앞다퉈 반대 성명을 내며 시범사업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신경외과의사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ㆍ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멀쩡한 사람을 마루타로 만들어 실험하는 것으로, 인륜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라며, “뇌혈관질환은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시범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대동여지도가 뛰어난 우리 문화유산이지만 이를 네비게이션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국민세금으로 한다면 찬성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신약 인정과 같은 검증 없이 첩약 시범사업을 논하는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을 마루타로 삼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라며, 첩약급여화 시법사업 계획을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16일 낸 성명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와, 한약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세계의학의 기준에 맞게 검증하려는 투명하고 구체적인 절차를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자의사회도 24일자 성명에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생각하고,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강구하기에 앞서 한약의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표준화를 이루는 작업부터 착수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국회의 ‘첩약 급여와 관련된 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에 관한 검토보고서’에서 기준미비를 지적 당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서울시의사회는 23일자 성명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첩약 급여와 관련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에 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세부적인 관련규정, 원내ㆍ원외탕전실 등 관리기준, 약제규격 및 원료함량 등 기준미비를 지적했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건강보험 급여화 원칙을 무시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고, 한방의료 전반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의사단체는 의과의 기본진찰료와 유사한 개념인 심증병증ㆍ방제기술료가 의원 재진료의 3배에 달하는 것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남의사회는 24일자 성명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내용을 보면, 의사들의 진찰료와 비슷한 개념인 변증ㆍ방제료가 3만 8,780원이고 첩약 한재(10일분)당 수가가 14~16만원 수준으로 제안됐다.”라며, “의원급 초진료가 1만 6,140원, 재진료가 1만 1,540원과 비교하면 3배에 이른다. 놀라운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남의사회는 “의과대학 6년, 전문의과정 5년을 거친 의사들의 진찰료가 한의사들의 진찰료 1/3 수준이다. 정책입안과정에서 당국자가 어떤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다.”라고 꼬집었다.

의학계도 첩약 급여화 반대에 동참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에 대한 치료행위는 엄격한 임상적 근거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라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한방 보장성 강화라는 미명 하에 정치적으로 한의계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낭비하고, 국민건강과 생명을 등한시하는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시범사업 철회로 절약되는 연간 500억 원은 코로나19 방역정책에 즉시 투입하라고 권고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힘을 보탰다. 시도회장협의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향후 몇조 원 이상의 건보재정이 소요될지도 모르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라며,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은 한방 첩약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여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논의 자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급여화 결사반대 및 의대정원 확대 저지를 윈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의사협회는 첩약 급여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시범사업 결사 반대입장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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