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사인력 증원 시도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방역 및 감염병 관리, 지역사회 공중보건 등 공공의료분야 시스템 개선 및 확충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그동안 반복된 정치적 목적에서의 의과대학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합리적인 공공의료 모델을 정립하고자 ‘공공의료 TF’를 구성해 공공의료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해 왔다.

공공의료 TF는 공공보건의료의 재정립 및 의사인력 증원을 비롯한 공공의료 관련 주요 아젠다를 선정하고 산하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의사협회 1차 의견으로 확정했다. 의사협회가 제시한 대안을 정리해 봤다.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후 의사인력 수급 계획세워야
먼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 전체적인 보건의료제도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의사인력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가능하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 연구보다 중립적 시각에서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고 의료환경 변화에 유연한 의사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ㆍ네덜란드ㆍ호주와 같이 추계분석을 전담하고, 이해당사자인 정부, 의료공급자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책의사 결정 과정을 누구나 제약 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추계논의 과정을  비롯해 관련 데이터 및 연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Training Pipeline에 기반한 의대교육 관점에서 접근해야
정치적 포퓰리즘, 지역이기주의,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공공의대  신설  혹은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의 질과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의대입학, 졸업, 면허취득, 전문의 배출에 이르는 일련의 Training Pipeline에 기반한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 인력 수급의 총체적 양이 아니라, 지역별ㆍ전문과목별ㆍ종별 의료 자원의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일시적인 의사 인력 증원을 통한 총량적 접근이 아니라 의료의 질과 불균형의 해소를 위한 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단순하고 양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현재 의과대학 과정에서 공중보건과 지역의료 교육 및 실습 강화 등을 통한 체계적 접  근이 바람직하다.

의료자원 불균형 분포의 근원적인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문제에서 기원한다. 필수의료분야의 심각한 저수가 현상으로 과별 불균형이 심화됐고, 지역으로 갈수록 필수의료분야가 중요함에도 저수가로 인한 왜곡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

▽지역별 의료 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수립
현재 수도권과 지방에서 양성된 의료 인력 뿐만 아니라, 환자도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다.

대형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의 인력 수급과 환자 진료 상황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기능 조정, 환자 진료권 설정을 통한 실효성 있는 의료 인력 재편과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조절이 필요하다.

의사인력을 포함한 시설ㆍ병상 등 의료자원의 양적ㆍ질적 불균형 분포가 전체 지역별 의료서비스의 격차를 유발하고 있으므로, 단순 의사인력의 양적 확대보다는 의료전달 체계 기능 재정립을 비롯해 전반적인 의료자원에 대한 적절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기존 의사인력 추계 방법 개선해야
OECD Health Data의 경우, 각 국가별 활동의사(practising physician)의 포함 및 제외 기 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낸 통계수치는 타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OECD Health Data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의료인력 측면에서 낮지  만 의료시설, 건강수준에서 월등히 높다.

OECD Health Data를 이용시, 의사 인력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건의료비용 지출(GDP 대비 경상의료비 낮음, 경상의료비 중 정부 의무가입보험 재원 비중 낮음, 가계 직접부담 비중 높음, 국민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 낮음, 낮은 공공재원 지출 등)과 낮은 사망률(예방가능, 치료가능)을 무시하는 것은 모순이다.

OECD Health Data를 이용시, 국민 1인당 의사 상담건수는 한국 16.6회, OECD 평균 6.8회(2017년)로 한국이 약 2.4배 많다.

우리나라에서 의사인력 추계를 연구하는 연구진이 중립적이기 않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인력 추계를 담당하고 있는 연구진은 대부분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 기관에 소속돼 있고 의사인력 추계에 고려해야 하는 인구증감 및 지역적 인구분포, 의료이용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의료전달체계, 실손보험체계 등의 현실적인 문제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추진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연구를 수행해 연구결과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의 의사인력 추계는 공급요소에서 정부정책변수, 고용현황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수요요소에서 사회경제적 특성, 인구집단 건강상태, 역학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시나리오 설정에서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문제다. 국내에서 수행된 의사인력 추계 변수는 타 국가에 비해 제한적이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같은 변수가 투입되더라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나리오일 경우 의사인력 추계 의미가 없다.

또, 최근 AI 도입으로 인한 의료인력 직종간 역할 변화 및 생산성 변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이용량 변화에 기반한 분석이나 의료전달체계, 병상공급정책과 같은 보건의료정책에서의 변화가 의료 인력에 미칠 영향을 반영하지 못했다.

의사인력을 추계할 때는 최근 의료환경과 정책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