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면,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는다. 의료계가 협상을 통해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정용 회장은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의료계를 향해선 협상을 통해 얻을 건 얻되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은수훈 부회장, 이정용 회장, 송민섭 총무이사(좌로부터)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은수훈 부회장, 이정용 회장, 송민섭 총무이사(좌로부터)

먼저, 이정용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회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로 의료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내과는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환자가 오는데 30~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검진환자도 지난해 30%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지난해보다 70~80% 가량 환자가 줄었다. 그런데도 2021년도 의원 유형 수가를 2.4% 인상하는데 그쳤다. 의사들이 병원을 유지하기에 매우 버거운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향후 추경을 해서라도 의료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즉각적인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 회장은 원격의료, 공공의대 확충, 첩약급여화 등 의료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원격의료에 대해 이 회장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을 우선하는 시대다. 정부는 국민이 비대면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원격의료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반대를 외치지만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 그냥 반대만 하면 국민이 이해 못한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원격의료는 환자의 생명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반대한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개최한 원격의료 토론회에 개원내과의사회 조현호 이사가 토론회 패널로 참석했고, 우리 임원진도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원격의료에 대해선 보건의료노조와 협력하기로 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어떤 집단과도 힘을 합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공공의대 확충 및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선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국립대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방대에 의대가 설립되면 학교위상이 올라간다. 그런 것을 노리면서 추진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공공의대 설립은 거대여당이나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끌려갈수밖에 없다. 하염없이 끌려가기보다 우리가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협상 및 토론이 마련되면 논의해볼 생각이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는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첩약급여화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최근 한 언론보도를 보니, 교통사고환자가 한방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이때 받은 첩약은 다 버린다고 하더라. 첩약급여화는 말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첩약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고 어떻게 조제됐으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수 없다. 그런 첩약을 급여해준다니 왜 그런 발상이 나왔는지 이해할수 없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일단 정부가 발표한 시범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범사업 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접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현안마다 비판하면서도 합리적인 주장과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물안 개구리가 돼선 안 된다. 우리가 우물안 밖으로 나와서 외쳐야 한다.”라며, “머리띠 두르고 대모를 하라는 게 아니다. 의사들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포괄수가제 도입 당시 의협과 모든 의사단체가 반대했지만 지금 결과는 어떤가? 돌아가고 있다.”라며,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 외치다가는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는다.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마찬가지로 분석심사도 의사단체가 반대한다고 안하겠나? 분석심사는 시범사업이 아니라 선도사업이다. 성격이 다르다. 먼저 몇 개 질환을 선도적으로 해보고, 질환을 늘리겠다는 거다.”라면서, “정부와 끝까지 협상을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한다. 정부와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토론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분석심사의 후폭풍을 우려하면서 대화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이 회장은 “심평원은 분석심사 1년 분 데이터를 갖고 있다. 아직 칼을 휘두르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 이후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칭)호흡기 전담클리닉에 대해서도 요구조건에 응하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협은 호흡기 전담클리닉에 대해 일단 보류를 선언했지만, 내과의사회는 서울시보건정책과와 논의해서 좋은 조건이면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내과의사회는 호흡기 전담클리닉의 전제조건으로 ▲호흡기 전담클리닉의 명칭을 호흡기 전염병(또는 감염병) 클리닉으로 바꿀 것 ▲보건소를 개방형 클리닉으로 열어 참여하는 의사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 ▲보건소에 일반진료 기능 없앨 것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현재 호흡기 전담클리닉을 시행안하면 안 되는 시점이다. 호흡기 전담 클리닉의 가장 큰 목적은 코로나 의심 환자와 일반 환자 동선을 구분하는데 있다. 여름이 지나고 독감과 코로나19가 겹치면 감당할 수 없다. 선별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협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호흡기 전담클리닉의 3대 조건을 의협에 건넸지만 보류하겠다는 답이 왔다. 분석심사도 의협이 힘을 실어준다면 승산이 있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의사단체 최상위 단체인 의협과 척을 지고는 갈 수 없다. 의협을 도와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의협과 계속 대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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