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증 자체만 쫒아서는 안 된다. 사회경제적 문제 전반을 돌아보고 대비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국민건강보호위원회(이하 국건위, 위원장 현병기)는 지난 13일 서울 소재 한 음식점에서 전체 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책을 논의했다.

국건위는 올바른 건강정보와 질병예방에 대한 건강 교육 등 국민 건강의 보호ㆍ증진을 목적으로 한 조직이다. 2001년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지향위)로 출발했으며, 2014년 확대 개편되면서 현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건위는 ▲건강정보 ▲정신건강 ▲식품건강 ▲환경 ▲감염관리 ▲노인건강 등 6개 분과위원회와 과학검증위원회로 구성돼 있으며, 64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논의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 후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위원들은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상헌 부위원장(의협 정책이사)은 “올해 1월 조직개편 후 첫 전체 간담회를 열게 됐다. 각 분과의 운영방향을 수립하고 목표를 점검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 부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선 감염분과를 중심으로 뉴스레터 등을 통해서 질본 지침 등을 전달해 왔고, 마스크 쓰기 운동, 손 씻기 운동과 같은 감염관리를 홍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메르스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민 의식이 성숙해서 모든 국민이 협조했고, 의료진이 자발적인 자원봉사에 나선 것도 큰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당면한 문제가 코로나만 있는게 아니라 정신건강, 환경, 노인건강 등 다양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의협과 시민, 언론의 소통이 필요하고, 국건위가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 사회인 만큼 가짜뉴스를 포함해서 난립하는 정보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건위의 활동도 이런 방향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성규 환경분과위원장(가천의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도 “전반적으로 코로나 대책은 전문가들이 잘 만들었고, 실행도 잘 되면서 확산을 막았다. 의협은 회원들이 가이드라인을 현장에서 잘 지키도록 안내했다.”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다수 나라가 의료인 감염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의료인 감염률이 우리는 1.0% 정도인데 이태리는 10%가 넘는다. 의료인을 잘 보호하는 게 국민을 위해 중요한데 의협이 의료인 보호에 잘 대처했다.”라고 평가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우 정신건강분과위원장(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접촉이 없는 사회가 되다보니 사회적인 만남이 줄고, 인간관계도 끊어지고, 종교활동도 제한받고 있다.”라며, “과거 우울증 병력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는 분들이 취약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별다른 문제가 없던 사람도 활동 자체가 줄어들어 우울감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금융위기나 IMF처럼 대량실업이 발생하면 더 악화될 수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부위원장도 “코로나가 단순히 폐렴과 연관된 질병만 퍼트리는게 아니라 이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바꿨다. 정신적으로도 사람들에게도 많은 충격과 문제를 야기했다.”라며, “국건위는 이런 부분을 쟁점화해서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을 쏟겠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과 의사들에 대한 지원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헌 부위원장은 “코로나가 만든 변화가 사회경제적 구조도 변경하고 있다. 교육 패턴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의료인의 관점에서 1차 의료기관의 경제적인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마냥 바라만 있어선 안 된다.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늘려서 시민이 건강을 위협받는 일을 줄어야 한다. 정부가 의협과 논의를 통해 이 부분을 해결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코로나 질환이 1, 2년 내에 끝나지 않을 거 같다. 선별진료소를 만들었고, 안심진료소를 만들어 대처해 왔는데 이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단순히 정책을 제시하고 보여주기식의 행정력을 가동하면 결과는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라며, “의사들의 관심과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부와 의협, 의협회원간의 심도 있는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감염병 대책에 지나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공적 의료와 사적의료,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에 대해 균형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성규 환경분과위원장은 “문제는 감염만 있는 게 아니다. 암을 비롯해 만성질환 등 여러가지 질병이 있고 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감염병에만 집중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문제생기는 것만 쫓다보면 히딩크 이전의 동네축구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사증원이 화두다. 하지만 의사수를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영국과 이태리가 의사수가 적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강 위원장은 “공적의료와 사적의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영국, 이태리는 의사가 노력한 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해진 예산을 나눠 쓰다 보니 돈이 많이 드는 곳은 투자를 안했고, 결국 중요한 순간에 국민이 피해를 봤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시스템과 배분의 문제다. 대형병원의 중환자 치료 시스템을 갖추되, 개원가도 안정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형병원과 동네의원, 공적의료와 사적의료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현병기 국건위 위원장
현병기 국건위 위원장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비룡 건강정보분과위원장(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대구사태는 생활치료센터로 잘 막았는데, 다시 새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곧 병원이 포화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 위원장은 “어느 정도 병실 여유가 있어야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다. 남산에 있는 생활치료센터에 50개 병상이 있는데 여유가 거의 없다.”라며, “확진자가 줄지 않으면, 다시 생활치료센터를 늘려서 경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생활치료센터를 조기 가동되면서 사망률도 줄이고 중환자실 여유분을 가동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며, “서울시에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현병기 국건위 위원장은 “국건위는 의협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국건위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함으로써 국민과 의협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활동에 제약이 따르지만 6개 분과 별로 성과를 내도록 독려했다.”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그동안 국건위가 교수 위주로 구성돼 개원의와 거리감이 있었다. 개원의의 참여를 요청해 각 분과에 개원의들이 포진해 있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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