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 논란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가까운 나라 일본도 이번 사태로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신기기를 이용해 올바른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인서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은 최근 ‘일본,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진료 규제 완화’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완화된 온라인 진료의 규제변화*자료: 닛케이신문
완화된 온라인 진료의 규제변화*자료: 닛케이신문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2월 이후부터 원격의료 중 온라인 진료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4월 13일부터는 초진이어도 특례로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며, 진료 기한은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라고 발표했다. 병원 내에서의 집단 감염을 막고, 중증환자가 급증에 따른 의료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원격의료는 필요한 설비 및 서비스를 가진 의료기관으로 한정되고, 관련 규제도 많아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사회의료 진료 행위별 통계(2018)’에 따르면, 해당 연도 5월에 산정된 온라인 진료비 등의 의료비 청구서는 전국에서 84건이었다. 전체의 의료비 청구서 수가 약 8,600만건인 것을 고려하면 100만건에 1건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규제완화로 도쿄의 원격진료 가능 의료기관은 5월 14일 기준 1,711개소에 달하는 등, 원격 의료기관 및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진료 애플리케이션 ‘curon’을 제공하는 마이신은 올해 4월 보험 진료 횟수를 지난해 12월의 20배로 예측했다.

원격의료 4가지 유형*자료: 후생노동성
원격의료 4가지 유형*자료: 후생노동성

후생노동성은 원격의료를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건강증진 및 의료에 관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이를 그 특징에 따라 ▲온라인 진료 ▲온라인 진찰권장 ▲원격 건강의료 상담(의사) ▲원격 건강의료 상담(의사 외)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일본에서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지방의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원격의료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주민 10만명에 대한 의사 수 1위는 도쿠시마 현으로 315.9명이지만, 가장 적은 지역인 사이타마 현에서는 160.1명이었다.

온라인 진료와 의사법 제 20조에 관한 법의 변화*자료: 후생노동성
온라인 진료와 의사법 제 20조에 관한 법의 변화*자료: 후생노동성

이와 관련, 원격의료에 관한 법인 의사법 제20조는 제정 이후 1997년부터 꾸준히 보완되고 개정돼 왔다.

최근 후생노동성은 자국민의 활발한 원격진료를 위해 이를 실시하는 의료기관 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지원하고 있다.

3월 25일 기준으로 전국 1만곳 이상의 의료기관이 올라와 있으며, 도쿄도가 최다로 1,059개 기관이 등록돼 있다. 또, 원격의료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점점 증가하며 주목받고 있다.

LINE 헬스케어*자료: LINE
LINE 헬스케어*자료: LINE

대표적인 것으로 LINE 헬스케어를 들 수 있다. LINE 헬스케어는 네이버의 일본 의료 전문 자회사로 경제산업성은 3월 한 달 동안 자국민 전체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4월 이후 LINE 헬스케어가 이용자의 요금을 부담해 무상서비스로 제공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후생노동성의 지침 상 진찰이나 약 처방 등의 의료행위가 불가한 원격의료인 ‘원격 건강의료 상담’에 해당된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해당 서비스는 일본국민 8,400만명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LINE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완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닛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올해 5월 상담이 월 약 50만건으로 예상된다.

이 서비스에 등록된 의사는 4월 말 기준 전월 대비 5배인 2,000명이다. 요금은 의사와 채팅으로 하는 경우 30분에 2,000엔(약 2만원), 상담 내용을 메시지로 보내 24시간 이내에 답을 받는 경우는 1,000엔(약 1만원)이다.

CLINICS 클라우드 진료 지원 시스템은 1,2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도입됐으며, 2020년 4월 기준 총 6만건 이상의 진료가 행해졌다. 2018년 닛케이 우수 제품 및 서비스 최우수상을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예약, 문진, 진찰. 회계 등 온라인 진료에 필요한 기능이 모두 갖춰져 있다. 애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PC 웹으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도 진료 예약이 가능하다.

YaDoc은 주식회사 인테그리티 헬스케어가 개발한 온라인 질환 관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통상의 대면 진료에 온라인의 모니터링 및 문진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건강의료기기와 연계할 수 있어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걸음 수, 소비 열량 등을 기록할 수 있다. 환자는 질환에 맞게 치료에 필요한 항목을 스스로 관리하고 기록하며, 의사는 환자의 상태 변화를 지속해서 파악한다.

조인서 무역관은 “일본 정부가 원격진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긴 하지만, 통신기기를 이용해 올바른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라며, “일본 의사회는 원격진료는 어디까지나 대면 진료의 보완적인 것에 불과하며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 무역관은 이어 “현재 온라인진료 규제 완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수습될 때까지다.”라며, “장기적인 제도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의사와 환자가 유용성에 대해 얼마나 실감하는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을 위해서는 의료의 안전성, 필요성, 유효성을 충분히 고려한 시스템 및 제품이 요구될 것라는 설명이다.

또한 조 무역관은 “코로나19로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 관련 서비스들이 제공되며 일본 원격의료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에도 해당 규제 완화가 지속될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에서 어떻게 자리잡게 될지 향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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