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개편을 두고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 주목된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를 ‘처’로 승격할지 ‘청’으로 승격할지를 두고 관련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며, 보건복지부를 국민보건부와 복지부로 구분하는 방안도 제시돼 눈길을 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21대 국회 출범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법안 발의가 쏟아졌으며, 정부도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2명의 차관을 두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도 이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함과 동시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조직개편안의 주요 내용도 보건복지부 소속이던 질병관리본부를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 보건복지부에 차관 직위를 추가 신설해 ‘복수차관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주요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은 ‘무늬만 청 승격’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보건복지부는 해당 개편안은 감염병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질병관리본부 소속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은 사실상 백지화될 전망이다.

또한 국회 개원 초반에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됐는데, 최근 이 같은 논란 이후에는 여야 모두 질본을 ‘처’로 승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를 국무총리 산하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앙행정기관인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시켜 감염병 위기대응 통합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했다.

기 의원은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되면 부령인 총리령의 제ㆍ개정 권한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예방 및 대응 관련 사업과 정책을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안에 따라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더라도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이고, 특히 예방 등 관련 업무를 이관받지 못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관리ㆍ감독을 받을 수 밖에 없다.”라며, “질병관리본부를 처로 승격할 경우, 현재 입법예고안으로는 실질적 독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비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미래통합당 서정숙 의원도 지난 1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처로 승격시키도록 했다.

서 의원은 “현행의 질병관리본부는 공중보건 및 국가 방역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나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타 부처를 지휘ㆍ통솔할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 국가 방역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지역별 실행 조직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이로 인해 전문역량의 안정적인 확충이 불가능하고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비전문가인 행정 관료의 의사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어 공중보건에 대한 국가적 역량 집중과 방역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 ‘처’ 승격을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감염 및 질병 관리체계 등 국가 방역 체계를 확립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다 확고히 보장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를 ‘국민보건부’와 ‘복지부’로 구분하는 방안도 추진돼 주목된다.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지난 10일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보건복지부를 의정(醫政) 및 약정(藥政), 보건위생, 방역, 건강정책 및 건강보험, 보건산업 등에 관한 사무를 소관하는 ‘국민보건부’와 생활보호ㆍ자활지원ㆍ사회보장ㆍ아동ㆍ노인 및 장애인에 관한 사무를 소관하는 ‘복지부’로 구분해 각각의 분야별 전문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성 의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최근 코로나 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신종감염병에 대한 위기대처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현재의 보건복지부 체계로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라고 밝혔다.

또, 보건ㆍ의료분야와 사회ㆍ복지 분야는 업무 성격이 상이하고 별도의 역할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각각의 분야가 모두 방대해 두 분야를 한꺼번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분리 주장은 과거에도 전문성을 이유로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두된 바 있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6월 보건복지부를 보건의료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도 2015년 7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독립성을 가진 보건부의 독립 개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성일종 의원 발의안을 두고도 의료계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사회(회장 박홍준)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보건부 독립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는 시대적 요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립성, 전문성 보장선언에 발맞춰 이미 한계를 드러낸 보건복지부 체제를 신속히 개편하고, 보건부를 분리ㆍ독립시키며, 질병관리본부를 승격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최근 성일종 의원이 제출한 보건부 독립 의안을 환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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