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이미 과거 국회에서도 몇 차례 발의됐다가 의료계의 강한 반대 등으로 폐기된 바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인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정부여당도 이를 무기로 강하게 밀어 붙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1대 국회가 개원한지 2주도 안 됐는데 벌써 관련법이 여러건 발의됐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이 공공의대 설립법을 추진했지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사 후 보류돼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이정현 무소속(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을 제출했지만 퉁과가 무산된 바 있다.

당초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법은 서남의대 폐지 이후 국가에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4월 11일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추진 계획’에 대해 당정협의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하며,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교육 환경에서 의료 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당시 2018년 하반기 중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관련 법령을 마련하고, 설립계획 수립, 건축 설계 및 공사 등 준비를 거쳐, 상황에 따라 2022년 또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교육부도 8월 1일 2018년도 제2차 국가ㆍ특수법인 대학설립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남원에 ‘국립공공의과대학원’을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복지부가 10월 1일 발표한 ‘공공의료 발전 종합대책’에도 공공보건의료 핵심인력을 양성을 위해 2022년 3월까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NMC)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교육ㆍ실습 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모두 무산됐고, 21대 국회 들어 관련 법안이 재추진되는 상황이다.

먼저, 무소속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ㆍ임실ㆍ순창)은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남원시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공공의대 졸업자가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공보건 의료기관에서 일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공공의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이자 남원과 전북의 핵심 지역현안이다.”라며, “올해 내로 공공의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공공의대가 차질없이 설립되도록 의정활동에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의과대학 정원 상당수를 지역에 분배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현재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지방의대의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하고 비율도 30%로 명시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방대학의 장은 의학ㆍ약학 계열 지방대 및 전문대학원 입학자를 선발할 때 해당 지역 졸업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선발 실적이 우수한 지방대에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이정문 의원은 지방의대 등의 지역 인재 할당 비율을 30%로 명시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법제처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공공의대 신설 방안을 포함한 ‘2020년도 하반기 입법 추진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중에 국립공공보건 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제처는 특히 공공보건의대 설립 법안이 감염병예방법, 생활안정자금 융자 확대를 위한 근로복지기본법 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핵심법안으로 선정, 이들 법안을 신속히 국회에 제출해 위기 극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 입법의 시급성을 감안해 절차가 복잡한 정부입법 절차 대신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은 1994년 3,253명이었으나, 의약분업이후 꾸준히 줄여 2007년 3,058명이 된 이후 14년째 묶여 있는 상태다.

한편,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최소 500명 이상, 최대 1,000명까지 증원하기로 하고 구체적 이행 방안을 작성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의료계의 반발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과 의대 신설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의대 정원을 무작정 늘리기만 하면 의학교육의 질은 어떻게 확보하냐.”라며, “정원 49명의 서남의대를 부실 의대로 폐지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7~8년 뒤면 매년 3,000명의 의사가 배출되는 반면, 인구 고령화ㆍ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수가 감소하고 의사수는 OECD 평균을 상회하게 된다.”면서, “정교한 정책적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숫자 늘리기에 매달리는 청와대와 민주당, 정부에 큰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라고 전했다.

의대 입학생 증원 인원별 의사 수 추정(경실련)
의대 입학생 증원 인원별 의사 수 추정(경실련)

반면,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의대생 500명 증원으로는 의료공백 해소가 어렵다.”라며, 의대 정원의 획기적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병행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21대 국회의 관련법안 처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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