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혁신적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면서 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8일 발간한 ‘보건ㆍ복지 Issue&Focus’에서 박실비아 보건정책연구실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 하솔잎 사회보장재정연구단 전문연구원은 ‘2007~2018년 국내 허가 신약의 특성과 지출 동향’을 통해 “신약이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약에 비해 임상적 효과의 개선이 인정되는 약은 일부에 그치므로 급여 결정에서 신약의 임상적 유효성 평가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 고가의 중증 질환 전문치료제 신약의 사용이 증가하고 약품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므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을 위한 지출 관리 계획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신약 및 항암제 신약의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단위: 억원, %)
신약 및 항암제 신약의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단위: 억원, %)

연구진은 2007~2018년 국내에서 허가된 신약을 중심으로, 향후 신약의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의 관점에서 항암제 비율, 치료적 혁신성, 건강보험 등재와 지출, 위험분담제 적용, 시장에서의 확산 등을 고찰했다.

분석 대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약 또는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약이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현황 데이터베이스에서 2007~2018년 국내에서 허가된 신약과 희귀의약품 630개 품목 중 허가 취하, 취소, 유효기간 만료 등을 제외하고 2019년 1월 현재 허가 상태가 정상인 품목 570개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2007~2018년 연평균 47.5개 품목이 허가됐고, 2014년에는 71개로 가장 많았다. 항암제 신약은 141개로 전체 신약의 24.7%를 차지했고, 2007년 이후 그 비율이 점점 증가해 2016년과 2017년에는 약 39%를 차지했다.

분석 대상 신약 570개 중 미국 FDA의 심사 정보와 프랑스 HAS의 혁신성 평가 정보가 파악되는 약은 각각 311개, 276개였다.

전체 신약에 비해 항암제 신약에서 치료적 혁신성을 인정받은 비율이 더 높았다. 미국 FDA 우선심사(PR)와 프랑스 HAS의 혁신성(ASMR) 평가 결과가 다른 것은 두 기관의 평가 시점과 목적,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07~2018년 국내 허가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및 지출 동향 분석 결과, 2019년 5월 기준 분석 대상 신약 570개 중 383개(67.2%)가 급여 등재됐다.

2013~2015년 허가 신약은 70% 이상 등재됐다. 이는 2014년 이후 보장성 강화 정책이 확대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항암제는 141개 중 99개(70.2%)가 등재돼 전체 신약에 비해 등재율이 높다. 2013~2015년 허가된 항암제는 등재율이 약 90%로 보장성이 매우 높았으며, 2016년 이후 허가된 항암제의 등재율은 추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급여 등재된 신약과 항암제 신약 중 위험분담제로 등재된 비율은 각각 14.1%, 45.5%였으며, 위험분담제로 등재되는 비율은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높아졌다.

분석 대상 의약품 중 미국 또는 유럽연합에서 조건부 허가로 시판 승인된 약의 비율은 위험분담제 등재 신약에서 66.7%로 가장 높았고 항암제 신약이 46.8%, 전체 신약이 15.4%였다.

건강보험에서 신약의 사용 및 지출 현황을 보면, 분석 대상 신약의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액은 2012년 3,925억원에서 2017년 1조 89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 중 항암제 신약의 지출액은 2012년 202억원에서 2017년 2,096억원으로 증가했고, 신약 약품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5.1%에서 2017년 19.2%로 약 4배로 늘었다.

위험분담제 신약의 약품비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신약 약품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신약이 신규 등재된 후 의료기관에서 채택돼 사용되기 시작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고되는 신약의 특성이 국내에서도 동일한 경향으로 관찰된다.”라며, “신약 개수 및 신약 약품비 지출에서 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가 항암제이므로 향후 항암제가 신약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어 “미국 FDA의 우선심사(PR), 프랑스 HAS의 혁신성 평가(ASMR)를 참고할 때 결과가 확인되는 신약 중 절반 이상이 기존 약에 비해 임상적 유효성 개선 정도가 낮거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항암제는 다른 신약에 비해 치료적 혁신성이 인정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신약의 임상적 유효성, 비용효과성에 관한 근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확증적 임상시험의 결과 없이 조건부 허가된 약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며, 전체 신약(15.4%)에 비해 항암제 신약(46.8%)에서 그 비율이 더 높다.

국내ㆍ외적으로 신약 허가의 신속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조건부 허가로 진입하는 신약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신약을 시장에서 채택하고 사용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건강보험 지출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위험분담제로 등재되는 신약이 점점 증가하고 약품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위험분담제도는 2014년 예외적 제도로 도입됐으나 최근 항암제 급여에서는 일반화되고 있다.

실제로 급여화된 항암제 신약의 약 절반이 위험분담약제였고, 2016~2017년 허가된 항암제 중에서는 급여 약제의 90% 이상이 위험분담약제였으며, 2017년 항암제 신약 약품비의 36%가 위험분담약제에 의한 지출이었다.

연구진은 “신약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혁신적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면서 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라며, “신약이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약에 비해 임상적 효과의 개선이 인정되는 약은 일부에 그치므로, 급여 결정에서 신약의 임상적 유효성 평가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고가의 중증 질환 전문치료제 신약의 사용이 증가하고 약품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므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을 위한 지출 관리 계획이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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