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문제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청 승격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주요 연구기관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자 보건당국이 해명에 나섰다.

앞서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을 제기했다. 해당 청원에는 4일 오후 현재 2만 2,000여 명이 동의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승격을 열렬히 환영하지만, 행안부에서 발표한 질병관리청의 승격에는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하느냐.”라고 반문하며,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자리에 보건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려는 거냐.”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있어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정책과 방역기능, 감염병 연구기능 전체를 아우르는 한국의 감염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K-방역의 주역이 되도록 확실이 격려하고 밀어줘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해당 개편안은 감염병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의 이관 배경을 묻는 말에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연구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와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다.”라며, “여러 가지 기초연구 등이 다 포괄되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가진 기능은 감염병 방역 업무로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개발과 같은 기술개발 기능과는 구분이 된다.”면서,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방역의 기능과 이를 지원하는 기술개발 연구 기능을 독립해 발전시켜야 전체적인 바이오헬스산업 기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제품개발이 필요한데 국립보건연구원을 확대 개편해 유전체 빅데이터 사업, 줄기세포와 같은 재생의료 사업 등을 담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질병관리청의 예산과 인력 등이 지금보다도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관리청 (산하가) 아니더라도 질병관리청에서 확대돼야 할 기능들이 있다.”라며,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감염병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에 대한 집행기능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예산이나 인력 부분들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질본은 독립청 승격 이후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된 뒤에 질병관리청 내 별도의 연구조직을 꾸리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저희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컨트롤 타워로서 더 조직이 커지고 전문화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다.”라며, “질병관리청에 필요한 연구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구원을 계속 질병관리청 산하에 두는 것이 낫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이 맡은 역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설되는 질병관리청은 공중보건위기나 신종 감염병 등 각종 질병의 예방, 관리, 방역에 집중하고,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보건의료와 관련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방식으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담당하는 부분이 감염병 연구도 있지만 보건의료 전반도 연구하고 있어 복지부의 여러 사업과도 통합되면서 포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보건의료연구의 컨트롤 타워를 세워 국가가 필요한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다양한 연구자들의 연구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를 위해 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역할과 권한, 책임과 인력 배치 등이 잘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질병관리청 아래 권역별로 설치되는 ‘질병대응센터(가칭)’에서 현재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보건소의 방역업무 등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사항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질병대응센터는 현장 역학조사와 질병 조사ㆍ분석 등을 수행하면서 일선에서 지역사회 방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건소 통솔권을 갖지는 않는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보건소는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도록 운영되고 있다.”라며, “보건소를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자체 소속으로 할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ㆍ군ㆍ구 단위에 설치된 보건소의 방역 업무는 보건소의 여러 기능 중 한 부분이어서 방역을 떼어 독립적인 기능으로 하기에는 조직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보건소 방역업무만 배치하는 것 자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보건소 방역업무에 대한 질병관리청의 보다 세밀하고 촘촘한 그리고 풍부한 기술적 지원은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이를 통해 보건소의 방역 역량이 상당히 개선되고 차후 인력 확충 부분도 논의가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손영래 중수본 홍보관리반장도 “현재의 체계에서는 인사와 예산상의 독립성이 제한적으로 발휘돼 전문성 강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속에서 청 승격을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강화시키는 게 주된 주제다.”라며, “보건소의 방역 조직을 질본 직속으로 조정하자는 것은 지자체의 방역 대응 기능을 삭제해 버리고 그 기능 자체를 질병관리청으로 통합해 전국적으로 대응하게끔 하자는 이야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이어 “지자체 쪽에서는 1차적 대응 권한이 없어지고 부수적인 지원 기능들만 남기게 되는 논의다.”라며, “(질병관리청으로의 편입이) 조직적으로 하기 힘든 애로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 제도에 근거해 지자체 기능을 조정하는 굉장히 큰 논의여서 효과성으로 볼 때도 한계가 있고 실행에 있어서도 굉장히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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