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의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이 막을 내렸다.

14시간 동안 이어진 밤샘 협상은 결렬의 연속이었다. 의원, 병원, 치과 등 3개 유형이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열매를 맺지 못 한 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올해 협상도 공급자단체는 정확한 추가소요재정(밴드)을 모른 체 협상에 임했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소위원회가 제시하는 추가소요재정을 놓고 공급자 유형별로 제로섬게임을 한 것이다.

협상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첫 밴드를 결정한 뒤 재정위원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가입자들이 의료계의 어려움을 고려한 밴드를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으로부터 밴드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들은 공급자단체들도 ‘기대와는 멀다’고 전제하면서도 공급자를 배려했다는 취지의 재정위원장 발언 자체에는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급자단체들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밴드를 제시받은 상태에서, 협상을 통해 최대한 끌어올릴 각오였다.

지난해 재정소위는 처음에 5,490억원을 제시했다가 공급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마지막엔 1조 478억원까지 밴드를 끌어올렸다. 파이를 무려 두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 재정소위의 생각은 공급자들과 달랐다.

재정소위는 첫 밴드는 지난해 보다 높게 제시하되, 협상과정에서 밴드를 크게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택했다.

건보공단 협상단장도 일찌감치 “재정소위가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밴드를 결정했다.”라면서도, “이와 비례해 최종 밴드도 상승할 거라는 기대는 성급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공급자단체는 협상과정에서 밴드를 크게 늘리는데 실패했다.

생각해볼 점은 이번 현상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반영됐느냐 여부다.

협상에서 공급자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와 최저임금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근거로 정책적 배려를 호소했고, 가입자 측도 코로나19로 인해 보험료 인상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협상 모든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가입자와 공급자의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양측이 함께 주장하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작용한 듯 하다.

재정위원장이 협상 초기 ‘가입자와 공급자가 코로나를 배제하는 것도 협상방법중 하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수가협상이 끝난 후 재정운영소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밴드는 8,040억원, 최종 밴드는 9,416억원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 밴드가 총 2조 8,470억원으로 연평균 9,49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유사한 수준이다.

가입자 입장에서야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의 보험료 부담을 결정했으니 의료계를 배려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각각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경영상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부분 의료기관이 지난해보다 40% 안팎의 외래 환자 및 진료비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많은 병원과 의원이 현 상황이 이어지면 인건비 감당도 안 된다며 문을 닫을 위기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계속되면 의료기관들이 버틸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현실에서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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