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국회는 법안 처리율 36%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지만, 보건복지위원회는 과거 국회에 비해 많은 법률안을 통과시켜 주목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일 기준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발의 법률안은 2,590건으로, 이 중 1,138건이 처리됐다. 이는 16대(168건)ㆍ17대(354건)ㆍ18대(581건)ㆍ19대(851건)와 비교했을 때 증가한 수치다.

20대 국회에서 가결된 보건의료 관련 주요 법률안을 보면, 먼저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 코로나19와 관련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켰다.

국회는 지난 2월 26일 본회의에서 감염병 예방관리법ㆍ검역법ㆍ의료법 개정안 등, 일명 ‘코로나3법’ 등을 가결했다. 코로나19 대응의 시급성을 감안해 긴급하게 심의한 것이다.

이날 통과된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은 ▲감염병환자등의 접촉자 ▲감염병 발생한 지역 등 체류ㆍ경유해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 ▲감염병병원체 등 위험요인에 노출돼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 등, ‘감염병의심자’ 정의를 신설했다.

또, 감염병의심자에 대한 자가ㆍ시설 격리 근거가 마련됐으며,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해 증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입원이나 격리 조치를 위반했을 때의 벌칙은 현재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다.

제1급감염병이 유행할 때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약외품ㆍ의약품 등 물품의 수출이나 국외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중앙정부의 역학조사관 인력을 3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확충하며, 시ㆍ군ㆍ구청장에게도 역학조사관 및 방역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아울러, 의료기관ㆍ약국에서 해외여행이력 정보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감염병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조치들이 이뤄졌다.

또한 ‘검역법’ 개정으로 5년마다 검역관리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고, 검역조사 대상을 항공기ㆍ선박ㆍ육로 등으로 세분화했다.

검역정보시스템을 출입국정보, 여권정보 등을 보유한 관련 기관의 시스템에 연계하고, 정보화기기ㆍ영상정보처리기기ㆍ전자감지기 등의 장비를 검역에 활용하는 근거와 권역별 거점검역소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검역의 전문성과 효율성, 실효성이 높아지게 된다.

감염병 발생지역 등에서 체류ㆍ경유하는 사람 등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법무부장관에게 출국 또는 입국의 금지를 요청하는 근거를 명확히 해 감염병의 유입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 환자의 보호자,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서 발생하는 감염’으로 ‘의료관련감염’의 정의를 신설하고, 의료관련감염의 발생ㆍ원인 등 감시 체계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 의료관련감염 발생 시 자율보고의 근거와 자율보고 시 행정처분 감경ㆍ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재윤이법 ▲임세원법 등도 통과됐다.

일명 ‘재윤이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를 의무화했다.

안전사고 유형은 의료진 사전설명과 다른 내용의 수술ㆍ수혈ㆍ전신마취,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ㆍ투여ㆍ경로ㆍ용량, 의료기관 내 신체 폭력 등으로 환자가 사망 혹은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경우 등이다.

또,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에게 피살당한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따서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보안장비(비상벨ㆍ비상문) 설치 및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의료기관 내 폭행 등으로 피해자(의료인ㆍ간호조무사ㆍ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를 상해ㆍ중상해ㆍ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형법보다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아울러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보안장비 설치 및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등 의료법 개정안과 같고, 처벌은 형법보다 강하다.

한편, 오는 5월 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대거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먼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금도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관련 규제개선도 중점 추진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법안도 재추진할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시행을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안은 2010년 이후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10년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처럼 그 동안 의료계의 강한 반대로 번번히 통과가 무산된 ‘원격의료법’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며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원격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필요성을 절감하며 논의의 차원이 달라졌기에 21대 국회에서 속도감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정부ㆍ여당이 추진중이지만 의료계는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법’도 재발의될 전망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세 건의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대 등으로 결국 이번 회기 통과는 무산됐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21대 국회에도 입성하게 됐고, 당론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논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정부와 보험업계가 추진중이지만 의료계가 반대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도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각각 2018년 9월 21일과 2019년 1월 28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고용진의원안은 보험가입자와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실손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또, 해당 서류의 전송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재수의원안은 보험회사로 하여금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했고, 보험회사ㆍ보험가입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 측은 해당 법안에 대해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손보험료 소액청구를 손쉽게 해서 국민의 편의를 증대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실손보험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실손보험 가입거부 차단 등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 법안이다.”라며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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