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시 정례브리핑에서 박원순 시장이 재난대응 의료체계 강화방안의 하나로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의사단체들과 보건의료노조가 각각 상반된 성명을 내며 충돌했다.

의사단체들은 공공의료가 만능이 아니라며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보건노조는 부실한 의료서비스와 의료 불균형 해결을 위해 의사인력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공공의과대학 설립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모습(박원순TV 갈무리)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공공의과대학 설립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모습(박원순TV 갈무리)

박원순 시장은 의료ㆍ방역 자원 강화를 위해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해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안정적으로 공공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기존 의대 체제에서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라며, “응급 외상, 감염성 질환 역학조사, 호스피스 등 공익성이 강한 특수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 정부 차원의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 19 등을 경험하면서 공공 의료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동안 공공 의료 인력을 양성할 공공의과 대학 설립을 추진했으나 여러 이해관계 반대에 부닥쳐서 무산됐다.”라며, “더 이상 늦출 순 없다.”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는 서울시는 2년전 전북 남원에 서남대 의대를 인수해 서울시립대 산하 의대로 운영하려다 논의과정에서 포기한 적이 있다.

또, 박 시장은 지금이 공공의대 설립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우리에게는 보다 많은 전문 공공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전국민이 공공 의료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라며, “지금이야말로 공공의대 설립의 적기이고, 시대적 요구이며, 시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정부 및 다른 지방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다른 지방 정부와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필요하다면 여러 지방 정부와 공동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함께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여러 지방 정부가 협력해서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라며, “미국 와미(WWAMI)주립의과대학의 경우, 워싱턴주, 와이오밍주, 알라스카주, 몬타나주, 아이다호주가 연합해서 각 주마다 일 년에 열 명씩의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박 시장은 여당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라며, “지방 정부의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대해서도 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발표하자 의사단체와 보건의료노조가 각각 찬반 성명을 내며 부딪쳤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공공의료 만능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며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등 현재진행형인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정부의 졸속적인 정책 추진을 서울시마저 따라함으로써 보건의료의 위기를 공공의료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지배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취약한 현실은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미흡하기 때문이며, 우수한 의료인력이 낮은 처우로 인해 공공부문 종사를 꺼리기 때문이다.”라며, “관료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근시안적 계획으로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일침했다.

의협은 “특히 국내 최고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시 산하 9개 병원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등 그 어느 지자체 보다 의료자원이 풍부한 서울시가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라고 분명히 했다.

의협은 “코로나19도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가 두 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만큼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공공의대의 신설 보다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민관 합동의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직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공공의대 설립만이 공공의료 살리는 만능열쇠라는 허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공공의대 설립 논란을 부추기지 말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대한민국의 공공보건의료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 체제로 이뤄져 있다.”라며, “공공의대의 설립보다는 현재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이 큰 두 축을 이뤄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면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법에도 명시된대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확보 및 재정적, 행정적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반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서울시의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노조는 “공공의대 설립은 감염병 대응과 공공의료 강화 위한 필수과제이다.”라며, “공공의대를 통해 우수한 의사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공병원에 공급되면 국민 건강권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은 의료체계 부실과 의료기관 운영의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대도시와 대형병원으로 의사인력 쏠림과 진료과목별 의사인력 불균형 때문에 중소병원ㆍ지방병원들은 심각한 의사인력 수급난에 시달리고, 국민은 의료접근성 악화, 지역별 의료격차, 건강불평 등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보건노조는 “특히, 공공병원에서는 의사인력을 구하지 못해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이 중단되기도 하고, 의사를 구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우려했다.

보건노조는 “의사인력 확충과 의사인력 양성ㆍ공급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의료불균형 해소, 의료형평성 제고를 위한 필수과제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인력을 확충하고 필수공공의료서비스를 담당할 공공의사를 양성ㆍ공급하기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서울시의 결단은 환영받아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건노조는 의사협회를 향해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인력 확충에 어깃장을 놓치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건노조는 “그동안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인력 확충에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더 이상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의사인력 양성을 방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라며, “필수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사인력을 확충하고 우수한 공공의사인력을 양성해 공공병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며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다. 의협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확인된 공공의사인력 확충에 더 이상 어깃장을 놓지 말라.”고 주장했다.

보건노조는 21대 국회에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최우선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노조는 “20대 국회에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과 관련 너무나 무책임한 국회를 규탄하며,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최우선적으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확충 논란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의사 확충을 주장하는 측은 우리나라 의사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낮다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은 부실지료, 과소진료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의대설립이 의료서비스 불균형과 의료취약지 해결책이 될수 없다며 기존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양성 주장이 정확한 의사인력 수급 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권과 지자체의 선심성 주장인 경우가 많다며, 무분별한 의사양성에 따른 후유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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