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직원의 약 80%가 여성이다. 여성 심사평가원장이 나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건강보험과 의료체계의 중심이 환자와 국민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신임 원장이 20일 원주 본원에서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향후 3년간 기관 운영방향을 밝혔다.
서울의대 출신인 김선민 신임 원장은 2000년 7월 심사평가원이 문을 연 후 첫 여성 기관장으로, 지난 22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2020년 4월 21일부터 2023년 4월 20일까지 3년 간이다.
김선민 원장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우수성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이제 심사평가원 없이 운영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 원장은 “그러나 심사평가원은 내부적으로 조직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외부적으로 업무의 근간인 심사와 평가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등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라고 환기시켰다.
김 원장은 업무 운영 방향으로 환자와 국민이 중심이 되는 건강보험 제도 마련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키워드로 ‘소통’을 내세웠다.
김 원장은 “국민이 건강보험의 중심이 되려면 국민중심의 소통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동안 소통을 위한 자리가 일회적인 행사로 그쳤던 적이 많다. 또, 심사평가원의 외부소통이 의료계나 당사자로부터 일방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라며, “실질적으로 환자와 국민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구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라면서,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3년 뒤엔 원장이 말하고자 한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실감하도록 하겠다.”라고 자신했다.
김 원장은 소통을 위한 체계적인 기반 마련과 함께, 환자중심의 기술적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은 외국에선 선언에 그치지 않고 있다. 굉장히 많은 방법론을 활용해서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가 의료의 질, 의료보장의 의사결정에 활용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기술적, 전문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국민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소통의 첫번째 단계로 의료계, 국민과 직접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취임 이후 의료계와 만났다. 이후 소비자단체,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와 만남을 시작했다. 일회적인 방문에 그치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와 환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소통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직의 인사 및 교육과 관련해선, 통합적 인적자원 관리 체계 구축으로 개선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과거 직원이 1,000명이던 시기에는 기관장과 경영인에 의존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이제 직원이 4,000명 이다보니 인사를 개인에 의존해선 안 된다.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효율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역량에 기반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점이수제, 역량평가, 전문가트랙 등을 적극 도입하겠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인사에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심사체계 개편에 대해선, 분석심사 선도사업의 효과를 분석ㆍ보완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심사체계 개편은 분석심사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의료인이 느끼겠지만 기준에 없는 건별심사는 지양하고 있다. 심사기준을 만들고 사전에 공개해서 기준에 의해 건별 심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심사기준 외의 영역은 분석심사라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선도사업을 실시하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료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심사에 적용해 나가겠다. 선도사업에 대한 효과분석과 보완을 거쳐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건 단위 심사방식도 심사체계 개편 로드맵에 따라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심사 전 과정에 분석기능을 수행하는 심사방식으로 전면 개편할 것이다. 의료계도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기대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심평원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도 알려지지 않았다며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 발생 초기 외국발 입국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전국 요양기관과 연결된 DURㆍITS 시스템을 활용해 전세계 입국자의 방문 정보를 요양기관에 알려 확진자의 동선 파악과 1339연결을 지원했다.”라며 확진자의 조기발견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대응 현장에 전문인력 181명을 파견하고, 전국 349개 기관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해 호흡기환자와 일반환자를 분리 진료하는 병원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음압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중증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약국과 연결되는 요양기관업무포털을 이용해 국민의 마스크 구매 이력 정보를 확인하고 공평한 분배를 이끌기 위한 요일제 마스크 판매가 가능한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도 운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코로나 대응 경험을 살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등 국가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을 위해 각종 데이터를 연계ㆍ활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갖추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심평원이 다양하게 집적하고 있는 데이터를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연구하겠다.”라며, “이 과정에서 국민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발굴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내 목표로 ▲심평원의 고유 핵심업무인 심사체계 개편 성공적 완성 ▲적정성 평가의 혁신안 기틀 마련 ▲내ㆍ외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 구축 등을 꼽으며, “심평원이 3년 후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