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추진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일방적 도입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공공병상 및 의료인력 확충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7일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과 코로나 방역 계기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기 특별연설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 중점 육성 사업으로 꼽았다.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포럼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 검토 의견을 밝혔으며, 정세균 국무총리와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차관,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말을 보탰다.

15일에는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이 중앙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새로운 기술을 의료와 접목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미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계류중이다.”라며, “의료 이용의 사각지대나 현 의료체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시민단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정책논평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를 표하며 ‘비대면 의료체계’를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라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대면 의료체계가 감염병 시대에 불가피한 제도가 아닌, 원격의료 산업화를 통한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려는 물꼬라면 전 국민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 원내대표는 “문제는 정부 스스로 비대면 의료와 원격의료의 차이점을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미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모두 의료진의 대면진료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불가피하게 전화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 진료를 제도 도입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표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전 세계가 대한민국 의료에 집중하고 의료진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비대면 진료 때문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과 관리, 치료로 이어지는 보건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의 헌신에 이유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비대면 의료체계 도입에 앞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공공의료 확충 등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원내대표는 “의료진이 환자를 직접 문진, 진찰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방을 하는 진료행위는 오진과 과잉처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비상상황에 따른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조치여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비상사태에서 활용할 근거를 만들고 근본적으로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상ㆍ의료인력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배 원내대표는 “정부가 말하는 ‘비대면 의료’가 무엇이고 ‘원격의료’와는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라며, “원격의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10년이 넘게 시범사업을 했지만 안전과 효과를 증명해내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원격의료 제도의 도입은 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거대 통신기업과 대형병원에게는 큰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라는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건의료는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공공의 영역이니 만큼 새로운 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한 온라인 대면진료 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 20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코로나19 2차 위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신상도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지금처럼 생활 속 방역을 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병원을 오고 진료를 보는 건 위험하다.”라며, “의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면 병원에서의 감염병 전파 위험이 감소돼 노인,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 집단을 보호할 수 있고 의료기관 폐쇄 위험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 실장은 “거동불편자나 대구ㆍ경북 환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면 진료를 했는데 대부분의 환자 반응은 ‘편하고 좋다’였다.”면서, “온라인으로 환자 진료를 하니까 기존보다 진료시간이 3배 정도 늘었고, 환자들이 거리에서 쓰는 사회적 비용도 훨씬 줄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 실장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비대면 온라인 진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원격의료라는 말이 나왔던 기원은 대형기업이 의료포탈을 이용해 의사를 고용하고 영리수단으로 가겠다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건 공공의료로서 비대면 온라인 진료를 하고 건강보험체계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의료행위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한 상태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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