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프랑스 내 원격의료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김효진 프랑스 파리무역관은 최근 ‘프랑스,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원격의료 산업’을 통해 “한국 내 원격의료 서비스는 의료법상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상태이나, 서비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물인터넷 기기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국가별 원격의료산업 시장규모(2018년)*자료: Statista
국가별 원격의료산업 시장규모(2018년)*자료: Statista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 전부터 의사 인력 부족, 예약과 시간 조율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정부가 직접 원격 진료 서비스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프랑스의 원격의료산업 시장 규모는 약 3억 5,000만 유로에 달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환자들이 대면 진료를 꺼리면서 원격 의료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비디오 전송이 가능한 기술 프로그램, 안전한 웹사이트, 원격의료 전용 플랫폼 등을 통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환자는 웹캠이 달린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 중 하나를 구비해야 하며, 의사의 경우 카메라 장비가 없는 경우 전화통화로 진료가 가능하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Doctolib ▲Medaviz ▲MesDocteurs 등, 약 20개 이상의 원격의료ㆍ진료 서비스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원격의료 진단 장비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Eduard Philippe) 프랑스 총리는 2020년까지 모든 노인복지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 원격진단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의료ㆍ건강부문 스타트업들이 원격진단장비, 원격의료 캐비닛, 건강진단 사물인터넷기기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H4D’ 사가 개발한 원격의료 캐비닛, 의료기기들은 실제로 일부 노인복지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스마트 장치 개발 기업인 ‘위딩스(Withings)’에서는 세계 유일하게 혈중 산소 농도와 심장수축도를 체크할 수 있는 ‘스캔워치(ScanWatch)’ 손목시계를 출시했다. 환자가 이 시계를 착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담당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원격의료 캐비닛*자료: H4D 웹사이트
원격의료 캐비닛*자료: H4D 웹사이트

프랑스 정부의 원격의료 지원 정책도 활발해 지난 2018년 프랑스 정부는 본격적으로 원격진료를 합법화했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수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을 의미하는 ‘의료사막화’ 지역 증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 원격의료 합법화와 동시에 일반진료와 동일하게 의료보험을 70%까지 적용하고 있으며, 2020년 말까지 노인복지시설과 의사가 부족한 모든 지역에 원격 진단 시설 및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비대면 진료를 적극 권장하기 위해 원격의료 서비스에 적용되는 규제를 2020년 5월 31일까지 완화했다.

기존에는 영상, 음성통화를 통한 원격진료상담을 진행하기 전 12개월간 주치의가 직접 진료했다는 기록이 있어야 가능했으나, 현재는 기존 진료 내역이 필수적이지 않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진료를 받은 후 청구되는 비용은 100% 보험처리가 가능해졌다.

프랑스 정부 공식 사이트에서는 심각한 호흡 곤란 증상 또는 합병증세가 없을 경우엔 응급실에 가지 않고 우선적으로 원격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의사 부족으로 정부 공인 간호사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진료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격진료 서비스 플랫폼 이용률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연간 원격진료 이용률은 6만건으로 이용자 대부분은 스마트폰과 새로운 플랫폼 이용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였다.

정부는 2019년에 20만명, 2021년까지 130만명이 원격진료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지원해 왔으나, 그동안 이용률이 미미했기 때문에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했다.

하지만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인 3월 초, 원격진료 및 병원 예약 플랫폼 ‘닥터립(Doctolib)’의 예약률이 기존대비 40% 증가했다. 2020년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한 달 동안 88만 5,000건이 넘는 원격진료가 이뤄졌다.

3월 5일 기준 닥터립에는 3,500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었으나 4월 초에 신규등록을 신청한 의사가 3만명이 넘었다. 닥터립은 의사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들에게 원격진료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대표 원격의료업체인 ‘메다비즈(Medaviz)’의 최근 이용자 수가 매주 평균 150%씩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원격진료는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 및 예방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서비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닥터립(Doctolib)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타니슬라 니오-샤토(Stansislas Niox-Chateau)는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원격의료 시장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의료진과 국민의 원격의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예상했다.

장-폴 아몽(Jean-Paul Hamon) 프랑스 의사협회장은 최근 정부의 원격의료 보험 100% 상환 정책으로 원격진료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정부지원이 계속되고 대중적으로 익숙해지면 노인과 장애인도 보다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원격의료기기 제조기업 T 사의 대표 L 씨는 KOTRA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원격의료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특히 2018년 9월 이후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원격의료가 약국, 사물인터넷(IoT) 등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Otzii’는 최근 코로나19 이후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자 원격진료 플랫폼인 ‘케어(Qare)’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원격진료 후 처방전에 맞는 약을 배달받을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 김효진 파리무역관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프랑스 내 원격의료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병원 예약 시스템이 프랑스 내에 보편화된 것처럼 원격의료 서비스를 처음 이용해본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사용자 증가와 정부의 지원으로 프랑스 내 원격의료 및 건강관리 시장은 계속해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무역관은 이어 “한국 내 원격의료 서비스는 의료법상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상태이나 서비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물인터넷 기기에서는 강세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현실적으로 원격진료로 직접적인 검사, 치료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주로 진찰, 정신상담,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으나, 사물인터넷 기기,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이용한다면 보다 정확한 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니의 합작인 ‘라인헬스케어’를 설립 후 일본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김 무역관은 “이처럼 한국은 이미 칠레, 페루 등 여러 국가와 MOU를 체결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 서비스의 높은 수요가 기대되는 프랑스에도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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