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들이 ‘공상과학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판타스틱하지 않다’며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원격의료를 반대하지만 정부와 거대여당의 의지대로 추진된다면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제12회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만난 의사회 임원진은 앞다퉈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최근 임기를 시작한 박근태 회장은 원격의료 확대에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한 집 건너 병원인 나라가 없다. 집 밖에 나가기만 하면 병원이 있다.”라며, “대면진료가 원칙이고, 훼손해선 안 된다. 원격의료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다만, 대통령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겠다고 하고, 국회도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이어서 의사들이 반대한다고 통과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라며, “통과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원격의료에 대응하기 위해 신창록 보험정책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원격의료TF팀을 구성했으며, 오는 17일 첫 회의를 연다. 회원들을 위해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격의료 단점은 오진에 대한 위험성, 책임소재 불분명,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단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거듭 밝혔다.

신창록 원격의료TF팀 위원장은 “이번 집행부가 출발하자마자 코로나19 이슈에 묶여서 원격의료 문제가 매스컴에 계속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가 SF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면 판타스틱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미 여러 나라, 여러 의료분야에서 밝혀졌다.”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 보건복지부 차관도 말했듯이 원격의료라고 해서 갑작스런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결코 대체할수 없다.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수단으로만 이용돼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내과의사회만 일방적으로 말하긴 힘든 부분이어서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서 회원에게 효율적이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원격의료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용 부회장(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은 “정부는 원격의료를 국민의 요구가 높다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짜는데 원격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영리화다.”라면서, “원격의료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웨어러블기기에 대한 승인이 일사천리로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원격의료를 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임상병리사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방문환자가 줄어들면 간호사를 줄이고, 심전도나 피검사도 원격의료 디바이스를 이용해 의사가 직접할 것이다.”라며,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돈은 IT기업과 대기업이 벌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이 콜센터를 이용해 원격의료를 원하는 환자를 모집하고, 소속된 의사들에게 배분하면 사무장병원과 다를 게 없다. 사무장병원의 IT화가 된다.”라면서, “원격의료 문제는 의료계와 상의해서 완급조절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250명이 참여했다. 의사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함에 따라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열감지기를 준비해 모든 참가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도 작성하도록 했으며, 현장 좌석도 2미터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개원내과의사회를 시작으로 내과계 학회들이 코로나19로 연기한 학술대회를 연이어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5월 17일 한국초음파학회(역삼동 SC컨벤션센터), 6월 7일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소공동롯데호텔), 7월 12일 대한임상순환기학회(역삼동 SC컨벤션센터)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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