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내놓은 규제혁신방안과 관련, 의료영리화 정책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 추진에도 다시금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코로나 대응 및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보건복지부 소관 내용은 크게 ‘의료신기술’과 ‘헬스케어’ 등 두 가지다.

먼저, 의료신기술과 관련,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 ▲폐지방 재활용 허용 ▲파생연구자원 지침 마련 ▲VRㆍAR 의료기기 품목 신설 ▲혁신의료기기 우선심사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신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환경 조성 및 혁신 의료기기를 육성한다.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는 예방ㆍ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성화한다.

그 동안 질병 사후치료 중심의 건강보험제도로 건강생활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가 부족했다며, 향후 ▲건강관리 서비스 인증제 도입 ▲소비자 직접의료 유전자 검사 허용범위 확대 등 건강관리ㆍ질병예방 서비스 확대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의 ‘데이터ㆍAI’ 관련 방안에 ‘의료데이터의 가명처리 활용으로 서비스 품질 제고’도 포함됐다.

그 동안 정신과ㆍ산부인과ㆍ비뇨기과 등 민감성이 높은 진료기록,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 등 기존 의료데이터의 경우는 민감성이나 재식별 가능성이 높아 가명처리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고, 의료법ㆍ생명윤리법과의 해석문제도 존재했다.

앞으로는 8월 중 의료데이터 유형별 가명처리 절차ㆍ방법, 안전조치 등을 규정한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또, 환자 기록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처리된 이후에는 의료법 제21조 적용대상이 아님을 보건복지부 지침(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운영 편람) 개정을 통해 명확화하고,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면제에 해당하도록 가이드라인 개정을 배포한다.

정부는 의료 기록, 유전정보 등 다양한 의료 정보의 빅데이터 AI 분석을 통해 AI 헬스케어 등 신산업 육성 및 보건서비스 품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코로나 대응 방안으로 의료영리화 정책을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건강관리는 민간에 넘기고, 의료데이터 상업적 이용을 확대하는 등 코로나 대응과 상관없는 방안은 폐기하고 의료 공공성 강화 정책을 속히 시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발표한 건강관리서비스 및 의료데이터의 상업적 활용, 혁신의료기기 평가 규제 완화 등은 코로나19 대응과는 전혀 상관없는 산업계의 이해만 반영한 의료영리화 정책에 불과하다.”면서, “의료 공공성 강화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당장 폐기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방안은 코로나19 대응이 아닌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규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라며, “건강관리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관리를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추진하려고 했으나 건강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비판과 우려에 번번히 무산되었던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초 통과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인권침해, 민감정보 상업적 활용 가능 등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어 시급히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호장치 마련은 커녕 코로나19를 핑계삼아 가명정보의 활용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더욱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심사를 단축하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발생하는 부작용은 결국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된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 등 민간기업의 민원을 해결하는 정책을 코로나19의 대응 방안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급히 할 일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과감하게 집행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관련 대응 방안을 폐기하고,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관련 규제개선도 중점 추진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법안도 재추진할 계획이라 주목된다.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시행을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안은 2010년 이후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10년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 2월 24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 허용한 결과 13만건 이상의 원격진료가 이뤄졌으며, 별다른 오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그 동안 의료계의 강한 반대로 번번히 통과가 무산된 ‘원격의료법’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며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대면 산업에 대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추가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겠다.”라며, 원격의료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또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원격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필요성을 절감하며 논의의 차원이 달라졌기에 21대 국회에서 속도감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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