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 파괴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환경을 보호하는 사전적 예방책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서 이혜경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2003년의 사스, 2015년의 메르스에 이어 2019년 코로나19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전염병은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중간숙주로 해 인간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스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메르스는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 코로나19의 전파경로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쳐(Nature)’에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전체 게놈 수준에서 96% 동일하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또한 천산갑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유전체의 염기서열이 코로나19 감염자의 바이러스 서열과 거의 일치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어 다른 중간 숙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천산갑이 코로나19의 가능성 높은 중간숙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최근 실린 논문은 코로나19가 같은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인 사스나 메르스와는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어 명확한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 등이 야생동물 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일부 환경단체는 야생동물거래 규제가 단순히 야생동물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으로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야생동물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한 온라인ㆍ암시장 등을 통한 야생동물 불법거래는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가디언지(Guardian)’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지목했다.
식량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려 나갔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생지역(uncultivable zones)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밀도와 빈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또 다른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공장식 축산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후변화,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ㆍ가뭄ㆍ홍수 등의 극단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등,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해 사람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의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뎅기ㆍ말라리아ㆍ콜레라 등 기후에 민감한 전염 질병(climate-sensitive infectious diseases)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변이 등이 일어나 전염병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혜경 조사관은 이처럼 환경파괴로 인한 전염병 예방을 위한 국내 환경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야생동물 밀수를 규제하고, 체험시설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천산갑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당사국들이 국제 거래의 금지를 결의한 멸종위기종이다. 그러나 혈액순환 등에 좋다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대량으로 포획돼 국제적으로 밀수출이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이 조사관은 “우리나라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밀수의 청정지대는 아니므로 야생동물의 밀수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 항저우 세관이 적발한 천산갑 밀수단은 나이지리아에서 부산, 상하이, 원저우시로 이동하는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2017년에는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4년 8개월간 간식빵ㆍ깡통에 숨겨 4만개 이상 밀반입 후 부화시켜 10억원대 수익을 얻은 사례가 적발됐다.
2016년에는 슬로로리스 원숭이ㆍ샴악어 등 멸종위기종을 검역없이 수입해 아동동물원을 운영하며 아동에게 노출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 조사관은 또, “정부는 ‘제4차 야생생물보호 기본계획(2021~2025)’을 준비하면서 야생동물 판매ㆍ개인소유 관리방안을 포함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야생동물 카페ㆍ체험시설·이동동물원 등의 관리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참고로 20대 국회의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ㆍ‘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ㆍ‘동물보호법’ 등 일부법률개정안들은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이 조사관은 친환경 축산의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사육 동물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결여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지만, 우리나라의 ‘축산법’의 기준에 따라 가축사육업의 허가를 받고 등록을 하려면 사실상 공장식 밀집사육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는 ‘제1차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수립해 선진국 수준의 동물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조류독감ㆍ구제역ㆍ돼지열병 등의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축 살처분 비용으로 3조 7,000억원을 지출했다. 살처분은 농가와 정부의 경제적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과 살처분에 참여한 사람들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수반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 일각에서 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대형살처분을 하기 보다는 예방적 살처분기준을 처음부터 축사 이격거리 조건으로 허가해 대규모 살처분을 애초에 예방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조사관은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 보존이 우리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유발하고, 서식지가 파괴돼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과 인간 사이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기후변화ㆍ생물다양성ㆍ환경보건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보건정책은 부처간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후 우리나라는 ‘제2차 국가 기후 변화 적응 대책(2016~2020)’에 관계부처의 ‘기후변화건강피해 예방 및 관리강화’ 방안을 포함하고, 국회는 2017년 ‘보건의료기본법’을 개정해 기후보건영향평가를 도입했다.
또한 ‘One-Health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 ‘기후변화감염병’ 등의 연구개발(R&D)사업을 범부처 협력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조사관은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유럽의 ‘기후변화적응 공중보건정책’(Public Health and Climate Change Adaptation Policies in the European Union, 2018)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역설했다. 참고로, 20대 국회에는 관련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조사관은 “야생동물의 불법 밀수 관리의 미비, 공장식 축산정책의 문제점, 기후변화 정책의 미비 등의 환경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태이기 때문에 인간이 동굴 속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의 결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는 매우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환경정책을 점검해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체험시설 관리강화, 친환경 축사의 확대,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조사관은 또, “전염병이 지구 모든 대륙에서 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은 동물과의 잦은 접촉, 밀집된 주거형태, 세계화로 증가된 교역ㆍ교류 등 현대 문명이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라며, “사람ㆍ동물ㆍ환경의 건강이 하나(One Health)이고 세계가 하나(One world)이므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도 요구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환경 파괴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들도 나타나고 있고, 대규모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사후적으로 대응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예방이 최선의 치료인 만큼, 환경을 보호하는 사전적 예방책이 국내외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