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면 의업을 수행하는데 평생 부끄럽지 않아야 해.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게 가장 큰 문제야.”

지난 16일 한 원로 의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원로 의사는 수화기 너머로 의협 부회장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동안 선배나 동료 의사들이 국회의원을 한 적이 있지만 의사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의사라면 의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말에서 ‘기웃거린다’는 표현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기웃거리다’는 ‘무엇을 보려고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자꾸 기울이는 모양’과 ‘남의 것을 탐내는 마음으로 슬금슬금 넘겨다보는 모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보통 가벼운 처신을 가리킬 때가 많다.

의사가 환자 진료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것이 의사가 현실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계는 의료 현장을 모르는 비전문가에 의해 보건의료정책이 만들어지다보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고 주장해 왔다.

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 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이 반영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진료활동이 아니라 입법활동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도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역할중 하나다.

비례대표 도전 소식이 언론에 소개된 후 방상혁 부회장은 “정치를 통해 정책과 예산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의사와 의료, 결국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의사들이 현실 정치에 직접이건 간접이건 참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잘못된 의료정책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고,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의사인 당신은 환자 진료에만 충실히 하라.”고 한다면 선뜻 동의하겠나?

오히려 “보건의료정책 만큼은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맡겨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내부 인사가 ‘의사는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말고 진료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이러니하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을 조정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방 부회장의 기존 순번은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20번이었으나 뒤로 밀릴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더 많은 의사가 전문 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무기로 현실 정치에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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