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마스크 관련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보건당국 수장으로서 격려하기는 커녕, 연이은 ‘망언’으로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박능후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진 마스크 부족 사태를 놓고 “자신(의료진)들이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마스크가 정작 필요한 진료 현장에서는 부족해서 난리인데…”라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박 장관은 “저희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의료계 쪽에는 우선적으로 다 공급해드려서 사실 의료계에서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이 “의료계가 쌓아두려고 한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말꼬리 잡기, 말실수 잡기가 아니라 정확히 현장을 봐야한다.”라고 지적하자 박 장관은 “아마 현장을 제가 의원님들보다 더 많이 다닌 것 같다. 대구 한 병원에서 방호복이 부족하다고 해 직접 확인해 봤다. 하루 소비하는 게 200벌이었는데 저희가 공급하고 있는 건 300벌이었는데도 부족하다고 그런다.”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안 입고 진료를 볼 수가 있겠나.”라고 목청을 높이며, “자신(의료진)들이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거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 두마디 말을 듣고 말씀하시면 뛰고 있는 (정부) 현장 사람들은 너무 섭섭한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야당과 의료계, 노조는 일제히 박 장관이 의료현장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고생하는 의료진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우한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서 박 장관이 ‘마스크 망언’을 했다면서,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정부 보건 책임자인 박능후 장관의 망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라며,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현장에서 마스크는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마스크, 방호복, 보호복 등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간호사들은 장비가 부족하니 일회용 보호구를 재사용한다고도 한다. 이런 기막힌 상황 속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료진들한테 보건복지부 장관이 막말을 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심 원내대표는 “박 장관의 이런 망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에는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창문을 열고 모기 잡는 것이다’라고 질타하자 ‘겨울이라 모기는 없습니다’라고 농담으로 대꾸했고, 사망자가 50명이 넘고 확진자가 7,000명이 넘었는데도 ‘한국의 대응이 세계적인 표준이 될 것이다’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면서, “박능후 장관은 즉각 사과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능후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용찬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번에는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마음을 후벼 파는 발언을 내놓았다.”라며, “방역대책의 총 책임자인 보건복지부장관의 인식이 이러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박 장관은 경거망동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오로지 우한코로나19 극복에만 전념하라. 그것이 자신의 잘못을 씻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라고 일침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박 장관의 발언은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폄하하고 모욕한 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도 발끈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의료현장은 마스크, 방호복 등 보호구 부족에 허덕이며 재사용하고 있는 현실인데, 재고 비축을 위해 부족하다는 이야기에 의료진은 힘이 빠진다.”라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현장에 몇 번 와봤다고 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공급했다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급된 것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실언을 한 박능후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노조들도 박 장관의 발언에 분노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3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의료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 억장이 무너진다.”라며, “박 장관의 발언은 의료현장을 너무나 모르는 안이한 인식이고,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리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발언’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을 직접 방문해 심각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마스크와 보호장구가 계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박능후 장관이 코로나19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병원 노동자들을 모욕하고 힘 빠지게 하는 망언을 내뱉었다.”면서, “박 장관은 망언을 중단하고 병원현장에 직접 와서 보라.”고 일침했다.

이들은 “지금 복지부 장관이 할 일은 책상머리에 앉아 복지부를 비호하며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섭섭해 할 게 아니다.”라며, “복지부 장관 말대로 전체 방역체계 내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다면, 도대체 어째서 현장에는 마스크 한 장이 없어 노동자가 감염 불안에 떨며 코로나19 환자를 맞이해야 하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마스크를 포함한 보호장비의 종류와 수량에 대한 지급 기준과 이후 공급 확대 계획을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박능후 장관은 지난달 말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고 하는가 하면, 감염학회가 중국발 입국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야당과 의료계는 이 같은 발언을 문제 삼으며 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망언 논란에 휩싸인 만큼 향후 거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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