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혁 전 기획이사가 집단휴진 사건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14년 12월 기소된 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현 의협 상근부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집단휴진이 강제성이 없었고, 부당하게 거래를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는 2014년 3월 10일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에 반대하기 위한 의사표현으로 집단휴진을 감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5월 집단휴진을 주도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공정거래법 제26조제1항제1호 및 제3호)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제26조제1항제1호는 ‘용역(의료서비스)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협회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휴진 여부에 대해 의사협회가 영향력을 행사해 의료서비스의 거래를 제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또, 집단휴진은 진료서비스 공급을 급격하게 감소시켜 의료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했다.

제26조제1항제3호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정위는 사회복지, 국민권익증진 및 보건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협회가 그 목적을 위배해 의료서비스 중단을 결의하고,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사업활동을 제한했던 점에서 행위의 정당성이 결여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위법이 되려면 그 행위가 경쟁 제한성이 인정돼야 하고 부당성도 인정돼야 한다.”라며, “경쟁 제한성의 경우, 집단휴진 행위가 경쟁을 강요해서 가격, 수량 등에 영향을 미쳤을리 없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휴진으로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일부 불편을 겪을 수 있으나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쟁제한성과 관련해서 이 사건이 원격진료 허용, 영리병원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의사표현일뿐 가격에 영향을 미칠 리 없다. 의료서비스가 줄었어도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으므로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의료서비스 품질이 나빠졌다고도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휴업은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에 대해 피고인과 의료인들이 반대하면서 초래됐다. 원격진료, 의료민영화는 의료시장에서 누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국민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고, 의료서비스의 기본 규칙을 정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자원배분 차원에서 중요하다.”라면서, “전문인들이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집단휴진을 통해 의료수가 인상이나 경쟁제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부당성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사업자 단체 구성원들의 사업활동을 제한하는 행위의 경우, 의협과 피고인이 집단휴진을 하기로 결의한 뒤, 결의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의사들을 통제한 사실은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 등이 휴업 참여를 직접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고지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참여한 인원도 개업의의 20%에 불과하며, 휴업 찬성률 보다 더 낮은 참석률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이 집단휴진을 이끌었으나 참여는 자율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 사업내용 사업활동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뒤 노환규 전 회장은 “정확하게 만 6년이 지났다. 고통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가 없다. 기쁜 한편 마음이 착잡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 전 회장은 “판결 내용이 우리가 변호인을 통해서 주장한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재판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려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의협이 단체행동한 횟수가 많지 않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첫번째 법적 판단이다.”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강제적으로 진행할 때 의사들에게 저항 수단이 없었는데 최소한이나마 저항권을 인정해준 점이 인상 깊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는 단체행동을 통해 의사들이 의사표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방상혁 전 기획이사는 “판결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직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법부를 지키고 있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방 전 이사는 “오늘은 개인이 아니라 13만 의사회원 모두에게 의미있는 날이다. 정부 정책이 정책을 모르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의사들이 부당한 정책에 제대로 목소리를 낼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파업도 하게 됐다.”라며, “시작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현장을 아는 전문가가 참여해서 의사와 국민 모두가 행복한 보건의료정책을 입안해서 실행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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