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민이 서로 믿고 연대해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코로나19 특집호 1편’에서 김남순 보건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현황과 과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메르스 이후 정부가 감염병 인프라를 강화해 왔으나, 전국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특히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역학조사관을 살펴보면, 현재 질병관리본부에 속한 역학조사관은 77명이지만 전문임기제 인력은 32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같은 조건에서 다수의 즉각대응팀을 운영하다 보니 신속ㆍ정확한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CDC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1.04명의 공중보건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현황 조사 등을 통해 감염병을 전담하는 인력은 2,176명(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역학조사관의 적정 인력은 348명으로 추정되며, 현재 인원의 3배 정도를 보강해야 되는 수준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코로나감염-19 확진자 치료와 격리에 필요한 음압격리병상도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으로 국가지정격리병상은 198병상, 민간병원에 있는 병상까지 포함해도 1,027병상 수준에 그친다. 또한 국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는 2017년에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병원이 지정된 것이 전부이고 전북, 충북, 강원 지역에는 없는 상황이다.

감염병을 전담하는 지역거점병원 및 격리병상은 지역 간 편차가 심한 편이어서, 해당 병원 및 병상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송하거나 일반 병원을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 지역은 확진자 수는 폭증하고 있는데 격리병상이 54개에 불과해 중환자를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학병원 등으로 이송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모든 확진자를 격리병실에 입원시켜 치료해 왔으나, 이제는 트리아지 시스템을 적용해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는 작업을 해서 중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하고 환자를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만 공포심을 자극하는 내용이나 허위 정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유통되는 현상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WHO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음모설이나 각종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 현상이 ‘팬데믹(pandemic)’보다 더 사회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김 선임연구위원은 “시민이 느끼는 과도한 공포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확진자 수, 사망자 수와 같은 기본적 정보 이외에 객관적 분석을 통한 상세한 정보, 즉 인구집단 특성별 확진율, 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율, 기저 질환에 따른 사망률 등을 제공해 시민이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대응 과제로 먼저 ‘유행 단계에 맞는 대응 전략 수립’을 꼽았다.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 철저한 검역과 역학조사, 광범위한 접촉자 관리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해 왔지만, 대구ㆍ경북 지역의 감염클러스터 발생과 그 영향으로 인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현재 유행 단계에 적합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코로나19 전파 양상을 분석한 결과,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 전파 가능성이 높고 밀접한 환경에서 잘 전파된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지역사회 전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시민이 밀접한 환경에서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를 현재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앙임상위원회도 “지역사회 전파가 유력한 현 상황에서는 행정ㆍ방역체계 및 의료체계의 정비와 함께 범부처 공중보건기관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시민이 주도하는 방역’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에 전파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시민이 주도하는 방역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도 가장 핵심적인 방역 대책은 시민 모두가 참여해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대응과제로 ‘인포데믹 차단과 심리 방역’도 제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각종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인포데믹이 사회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팩트(fact) 체크를 통해 가짜 뉴스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함께 역학조사, 임상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시민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어서 마음건강도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일반 시민이 감염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도록 하는 도와주는 캠페인과 홍보가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나 고립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서로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코로나감염-19 확진자나 가족을 포함한 지인 등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국립트라우마센터와 같은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위기상담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외에도 ‘신종 감염병과의 장기전에 대한 대비’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감염병이 4~5년 주기로 반복해서 유행하고 있는 만큼, 신종 감염병과의 싸움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로서 앞으로 장기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과학적 기술과 데이터에 근거한 방역이 돼야 하며, 선제적 방역, 다양한 시나리오를 적응하는 역동적 방역을 한다는 비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과 위상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미국 CDC와 같이 세계적 수준의 방역기관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바이러스를 포함한 생물 자원과 백신, 치료제에 대한 연구ㆍ개발을 수행하는 연구소 설립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감염병 진료를 전담하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지역거점병원 중심으로 음압격리병상과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역량이 부족한 문제와 함께 지역 간 격차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률과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전파력을 낮춰 신규 환자 발생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유행 단계에 맞게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시민도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면서 바이러스 차단에 협력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서로 믿고 연대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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