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이 의료인에게 어떻게 접근해 사무장병원을 만드는지, 이후 의료인은 어떤 피해를 겪게 되는지가 자세히 소개돼 눈길을 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정책연구원(원장 민경호)은 지난 25일 발간한 ‘사무장병원 운영 방법과 그 처벌은’ 제하의 제14호 이슈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번 이슈리포트는 1인 1개소법 제도개선 TF의 협조 하에 지난해 말 사무장병원 신고센터로 접수된 한 부산 회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사무장병원이 치과의사에게 접근하는 방법, 그리고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형사 처벌, 행정 처분 등 처벌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 회원은 구회 일을 맡으면서 구회 소속이 돼 있지 않은 A 치과에 구회 가입을 부탁하려고 방문했다. 하지만 원장이 상중이라 만날 수 없었고, A 치과 직원을 통해 구회에서 부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며칠 뒤 A 치과 원장이라는 a 씨가 메일을 통해 부조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런데 A 치과에 이웃해 있는 B 치과 원장은 A 치과 개설과정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B 치과 원장은 “처음 A 치과에서 ‘여자 원장(a 씨)이 다른 곳에 치과를 두고 있어서 명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명의를 대여해 주고, 진료를 해줄 원장을 모집한다고 했다. 제 지인인 b 선배는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개설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사양했지만 대인 관계가 적은 편인 c 치과의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제안을 받아들여 명의를 대여하고 진료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A 치과 원장이라며 메일을 주고 받았던 a 씨는 사실은 치과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였던 것이다.

이 회원은 “인테리어 업자인 a 씨의 남편과 a 씨는 미래에 대형병원 개설을 꿈꾸면서 치과를 먼저 개설한 것이다. 아런 꿈은 비슷한 사무장병원의 사무장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a 사무장은 계속해서 치과의사를 사칭하며 임플란트 연수회를 다녔다. a 사무장은 연수회에서 만난 c 치과의사에게 명의 원장을 제안했고, a 사무장은 c 치과의사가 의심을 하지 못하게 A 치과에서 직접 진료도 했다. a 사무장이 가끔 나와 진료까지 했으니 c 치과의사는 a 사무장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 회원은 “c 치과의사를 만나 모든 사실을 얘기해줬고,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면서, “결국 A 치과를 사무장병원으로 고발했다. a 사무장은 구속 수감됐고 c 치과의사는 면허대여로 인한 면허 정지 처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a 사무장이 덮어씌운 개원비용과 요양급여비용 환수 등으로 인해 수 년간 재판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사연을 소개하며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사무장 뿐 아니라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료인까지도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면허 대여로 인한 형사처벌, 행정처분 그리고 요양급여비용 환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책연구원은 취업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을 안내하며, 회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감면 정책을 언급하며 사무장병원 적발을 위한 내부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연구원이 제시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료기관은 ▲개설자 원장이 자주 바뀌는 치과 ▲개설자가 아닌 자가 면접 및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치과 ▲급여 조건 중 비급여 진료분에 대한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치과 ▲과도한 진료비 할인, 이벤트 등 지나친 상업적 행위로 환자를 유인하는 치과 ▲구직자 명의로 명의를 대여해 개설할 것을 요구하는 치과 등이다.

정책연구원은 “사무장병원은 낮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낮은 가격, 과도한 마케팅 등으로 국민을 속여 제공하고, 이러한 낮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는 고스란히 국민 건강위협으로 돌아온다. 뿐만 아니라 사무장병원은 의료 시장을 독식해 올바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변 의료기관 운영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무장으로 의심되는 자에게 면허를 대여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기관에 취업해 진료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면허정지가 될 수 있다.”면서, “제보된 사례에서도 c 치과의사는 사무장병원인지 모르고 면허를 대여해 주고 진료를 했다가 면허 정지와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까지 입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정책연구원은 “사무장병원은 내부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내부 신고 활성화를 통한 사무장병원 적폐 청산을 위해 행정처분 감면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현재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기관에 근무하거나, 주변에 의심되는 자가 있으면 신고해야 한다. 사무장병원 신고는 의료시장 질서 확립, 국민건강권 수호에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무장병원의 유형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비의료인이나 의료인이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를 대여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의료기관 이중개설)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이용해 복수(단수)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 등이 있다.

사무장병원은 ▲과도한 영리추구 활동: 영리 목적 환자 유인행위, 의료시장 질서의 파괴 ▲의료설비나 인력투자의 미비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 ▲요양급여비용/정부보조금의 부당청구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누수 초래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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